• 독일의 '철혈 재상' 오토 폰 비스마르크(1815~1898)의 목소리가 발견됐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1889년 제작된 '에디슨 축음기'용 왁스 실린더들 중 하나의 음성이 비스마르크의 것으로 확인됐다.

    왁스 실린더는 에디슨 축음기를 비롯한 초창기 축음기에 음성 기록용으로 쓰였던 저장 매체다.

    19세기 후반에 현재 독일 땅에 존재하던 여러 제후국을 독일 제국으로 통일한 비스마르크는 권력과 무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여러 번의 전쟁으로 목적을 달성해 '철혈 재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비스마르크의 목소리가 담긴 왁스 실린더는 다른 실린더들과 함께 토머스 에디슨 국립 역사공원에서 1957년 발견됐지만, 어떤 내용인지 표시돼 있지 않았던 탓에 그동안 방치돼 왔다.

    그러다가 에디슨 연구소의 제리 패브리스 학예사는 지난해부터 이 실린더들에 담긴 음성들을 추출해 냈고, 음성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비스마르크가 실린더 한 개 속 목소리의 주인공임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이 실린더는 1889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축음기를 시연한 에디슨 연구소 직원 아델베르트 테오도르 에드바르트 방게만이 같은 해 비스마르크를 방문해 만들어졌다.

    당시 74세였던 비스마르크는 아내의 권유로 녹음에 나섰고, 독일어는 물론 영어와 라틴어로 시 구절을 낭송했다.

    그는 또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의 일부를 부르기도 했다.

    방게만은 만국 박람회가 끝난 뒤 독일을 여행하며 여러 음성을 녹음했지만, 그가 당시 제작했던 실린더 중 알려진 것은 요하네스 브람스가 '헝가리 무곡' 중 일부를 연주한 것뿐이었다.

    음성 확인 작업에 참여했던 베를린 응용과학대학의 음성 전문가 스테판 퓨일레는 "(비스마르크 목소리가 담긴) 실린더와 같은 시기의 언론 보도로부터 모든 정보를 수집했고, 그 내용이 실린더에 녹음된 내용과 일치했다"며 "의심할 여지 없이 내 연구 생활 중 최고의 성과"라고 기뻐했다.

    함께 발견된 다른 실린더 중 2개에는 비스마르크 치하 독일의 군사 전략가 헬무트 폰 몰트케(1800~1891)가 '파우스트' 등 시를 읽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고, 또다른 실린더에는 프레데리크 쇼팽의 연주로 추정되는 음악을 비롯해 독일과 헝가리 출신 음악인들의 여러 연주도 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