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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실세로 불렸던 최시중(75)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전격 사퇴한 배경에는 김학인(49) 한국방송예술진흥원(한예진) 이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로비 의혹이 자리 잡고 있다.
김 이사장은 최근 3~4년간 한예진과 부설 한국방송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진흥원 자금 240억원을 빼돌리고 법인세 53억원을 탈루한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 사건의 성격을 지금까지는 단순한 '개인 횡령'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김 이사장이 EBS 이사 선임 로비를 위해 최 위원장의 정책보좌역이던 정용욱(49.해외체류)씨에게 2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사건은 단번에 '정권실세 비리의혹'으로 비화했다.
또 의혹의 중심에 선 정씨가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이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채널 배당 등 굵직한 이권과 관련해 업체들로부터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얘기까지 떠도는 등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다.
여기에 정씨가 지난해 출국해 태국을 거쳐 현재 말레이시아에 머물며 국내 입국을 꺼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더해져 세간의 의혹은 점점 더 부풀려졌다.
최 위원장도 이날 사퇴하면서 비록 소문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긴 했지만 "제 부하 직원이 금품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다"는 사실을 언급해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부담이 퇴진에 영향을 미쳤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검찰은 정씨를 둘러싼 로비의혹에 대해 "현재로선 소문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최 위원장의 사퇴가 검찰 수사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수사관계자는 "전혀 관계없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씨와 관련된 의혹은 아직 수사하지도 않았는데 최 위원장이 사퇴의 변에서 이를 언급해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최 위원장의 사퇴가 검찰에 운신의 폭을 넓혀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련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검찰 수사는 정씨의 귀국이 전제돼야만 가능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