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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떠오른 야권연대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민주당)이 도입키로 합의했던 석패율제가 문제다. “석패율제 도입시 야권연대는 없다”고 으름장을 놓은 통합진보당에 민주당은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다.
야권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미 국회 정개특위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사가 도입에 합의한 상황에서 다시 ‘없었던 일’로 할 명분도 부족하다. 더욱이 최근 석패율제에 반대하던 최고위원들도 찬성으로 입장이 선회하는 분위기인데다, 영남의 시도당 위원장들이 석패율제를 도입하도록 지도부를 거세게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석패율제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이었다. 도입하고는 싶지만,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가 먼저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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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26일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이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석패율제의 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타협’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총선에서 득표율에 따라 정당의 의석수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동일하게 하고 유권자가 1표를 지역구 의원에, 다른 1표를 정당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총선을 치른다.
각 정당은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미리 발표하고, 후보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겸할 수 있어 지역구 선거에서 낙선하더라도 비례대표에 의해 당선될 수 있다
이 제도는 특정 지역에서 정당의 총 의석수는 지역구 당선자 수와 상관없이 지지율에 비례한다. 예를 들어 총 의석이 100석인 경우 30%를 득표한 정당은 30석을 배분받게 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약속하는 조건으로 이번 총선에서 석패율제를 강행하는 방안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입장은 완강했다. 협상에 나선 노 대변인의 의견을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잘랐다. 특히 사실상 ‘협상 불가’의 뜻을 못 박으면서 양당 간의 협상의 여지는 없어지게 됐다.
통합진보당 천호선 대변인은 27일 국회 브리핑에서 “석패율 제도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석패율 제도는 결함투성인데 반해서 지역구도의 극복에는 실효가 없는 제도”라는 입장이다.
특히 천 대변인은 “민주당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당론으로 확정하고 이를 전제로 야권연대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석패율제 하나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자 양당간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3선의 한 민주당 의원은 “석패율제는 지역구도 완화에 분명히 도움이 되는 제도다. 이를 끝까지 거부한다면 굳이 야권연대를 이룰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반면 통합진보당 한 관계자는 “석패율제를 도입하면 소수정당은 큰 피해를 입게된다. 특히 그토록 열망했던 지역구도가 오히려 더 강해질 것”이라며 “거대 정당인 민주당이 겉으로는 야권연대를 내세우면서 소수당을 가지고 노는 셈”이라고 분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