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여자대학교(총장 김선욱)가 재학생들의 책읽기와 글쓰기 능력을 기르기 위해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언플러그드' 백일장을 열었다.

    17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이화여대 교양교육원 주최로 16일 오후 4시 이화여대 ECC에서 열린 '제1회 이화인독서대회'는 노트북과 휴대전화, 책 등 참고자료를 전혀 지참하지 않고 자신이 읽어온 책에 대한 서평을 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독서대회가 열리기에 앞서 공개된 필독 도서는 발터 벤야민 '기술 복제시대의 예술 작품',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존 쿳시 '동물로 산다는 것', 김홍중 '마음의 사회학' 등 10권. 학생들은 전자기기의 도움 없이 이중 한권을 골라 읽고 온 뒤 2시간 동안 자필로 서평을 작성했다.

    오로지 자신의 머리와 손만을 이용해 난이도 높은 책을 읽고 서평을 쓴 학생들은 '힘들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정(심리학과 08) 학생은 "처음에는 재미있는 도전이 될 것 같아서 신청했는데 막상 컴퓨터 없이 종이와 펜만 놓인 책상을 마주하니 막막했다"면서도 "즉흥적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완전히 정리를 하고 써야 해 어려웠지만 새로운 사고를 경험해 뿌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평소에 읽고 싶어도 읽을 기회가 없었던 인문학 서적에 도전했다는 최경아(생명공학부 06) 학생은 "삭제와 수정이 불가능하고 첫 문장을 쓸 때 마지막 문장까지 생각하고 써야 하는 글쓰기가 새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독서대회에는 100명 정도가 참가할 것이라는 주최 측의 예상을 깨고 방학 중인데도 450여명이 참가했다.

    김은실 교양교육원 원장(여성학과 교수)은 "학생들이 지성인으로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요즘 학생들은 백일장이라는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경험할 일이 별로 없는데 기계의 도움 없이 자신의 머리와 손을 이용해 생각을 정리해보는 좋은 경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