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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뿔테 안경을 쓴 30대 초중반 남성'.
지난 2008년 7월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직전 고승덕 의원에게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는 당시 박희태 캠프 측 인물이 이번 돈봉투 의혹 수사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고 의원이 8일 검찰에서 박희태 국회의장 측을 지목했지만, 박 의장이 이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라 돈봉투를 직접 배달한 인물이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으면 의혹의 실타래를 풀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 인물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을 일차적 관건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당시 고 의원실 여비서 이모씨는 전대 2~3일전 한 젊은 남성이 의원실에 찾아와 "꼭 고 의원에게 전해달라"며 쇼핑백에서 노란 서류봉투 하나를 꺼내 건넸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 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뒀다가 전대가 끝나고 다음날 고 의원에게 전달했다.
고 의원은 봉투 속에서 현금 300만원과 '박희태'란 이름이 적힌 명함을 발견하고 보좌관 김모씨를 시켜 당시 박 대표실에 있던 K씨에게 되돌려줬다고 한다.
이씨가 머릿속에 기억하는 봉투 전달자는 '검은 뿔테 안경을 쓴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라는 묘사뿐이다.
검찰은 '뿔테 남성'이 돈을 직접 건넸다는 점에서 이 인물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이 사람이 박 의장 측 인물로 확인되면 고 의원 주장대로 박 의장이 돈봉투를 돌린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전대 때 경선 후보 캠프에는 해당 후보 측 관계자뿐 아니라 측면 지원에 나선 다른 의원실 비서나 보좌관들도 상당수 섞여있기 마련이라 이 인물을 찾기가 그리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여기다 고 의원이 9일 기자회견에서 이 사람이 "노란색 봉투를 하나만 들고 온 게 아니라 쇼핑백 속에 노란 봉투가 잔뜩 들어 있었다고 보고받았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뿔테 안경 남성'이 다른 의원들에게 돈봉투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이 인물의 진술에 따라 이번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문제의 뿔테 안경 남성이 고 의원 보좌관 김씨가 당시 당 대표실에서 돈을 돌려줬다는 K씨와 동일인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고 의원이 K씨의 얼굴을 아는 상황에서 K씨와 '뿔테 안경 남성'을 구분해 언급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여비서에게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나름대로 거쳤고 결국 다른 인물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겠느냐는 추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검찰이 '뿔테 안경 남성'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관련자들이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자칫 수사가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