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친이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상돈-김종인 비대위원이 이명박 정권의 실세 용퇴 필요성을 주장하고, 친이계가 두 사람의 사퇴를 압박하면서 당내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친이 일각에서는 두 비대위원들의 사퇴를 이끌어내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쇄신 내홍’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친이계 “사퇴 안할 경우, 비리 추가 폭로”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은 2일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다른 비대위원의 비리를 추가로 폭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이(이명박)계인 장 의원은 “지난달 31일 의총에서 사퇴요구를 공식화했는데도 뭉개고 가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고 했다. “두 비대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많은 의원들이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비대위원 인사는 검증이 안 됐다. 두 비대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다른 비대위원 2명 정도의 비리를 추가 폭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종인 비대위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종인 비대위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양호상 기자

    장 의원은 “의원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는 날로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제출하고, 의총이 늦어지면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대규모 회동을 하고 집단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고 했다.

    장 의원은 “우리가 ‘차떼기 정당’에서 벗어나 청렴한 당이 되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느냐. 비리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분이 쇄신의 칼을 휘두르면 누가 복종하겠느냐”며 김종인 비대위원을 겨냥하기도 했다.

    ◆ 김종인 “이상돈, 위축되지 말고 쇄신 진행해야”

    친이계의 공격에 김종인 비대위원은 “무슨 정당이 비대위를 상대로 싸우냐”고 맞섰다.
    김 비대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민주통합당을 향해 당이 싸움을 해야지 이렇게 되면 아무것도 안된다. (쇄신과 관련한) 이해관계가 얽혀 그런 것 같은데 흠집내고 공격해서 입장을 정리하려고 한다면 엄청난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즉 친이계 등 일부 의원들의 사퇴 압박은 한나라당의 쇄신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제 살 깎아먹기’라는 입장이다.

    또 함께 공격받고 있는 이상돈 비대위원을 향해서도 “과감하고 용기 있게 위축되지 말고 (쇄신을) 빨리빨리 진행해 달라”고 격려했다.

    이어 “당 자체가 새로 추슬러서 상대 당에 비해 어떤 입장 보일 것인지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이달 중순까지 비대위 의견을 정리해 확실하게 (쇄신) 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오는 9일께 비대위원과 의원들 간의 연석회의를 비롯한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친이계 의원들의 의총 요청에 “9일날 하는 것으로 생각해보자”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끝을 겨누고 있는 비대위원과 당 소속 의원들 간의 ‘상견례’를 갖고 갈등을 풀어보자는 뜻이다.

    박근혜 위원장은 비대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 사퇴 요구와 관련해 “제 입장은 다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30일 “앞으로 비대위 차원에서 나가는 의견은 위원님들 간 합의되고 공감대를 이룬 것이 좋겠다”고 했다. 이상돈 비대위원이 제기한 ‘MB정부 실세 용퇴론’이 개인의 의견이라는 것을 강조, 당내 반발을 차단하려는 뜻이었다.

    다만 박 위원장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내홍이 계속되고 있어 당내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그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