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측근 비리 사과 두고, 막판까지 수정 거듭"송구스럽다" 직접 결정, 안정과 자성의 목소리 내
  • ▲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특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 청와대
    ▲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 본관에서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특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2일 발표한 신년 '특별 국정연설'을 놓고 막판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내홍이 극심한데다, 친인척과 측근 비리 등으로 유래없는 지지율 하락 그리고 김정일 사망까지 지난해 말 집중됐던 사건이 불러온 사회적 파장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이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연설문 작성을 시작했다"면서 "최종 원고가 완성된 것은 오늘 오전 기자들에게 배포하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특히 1월1일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이 발표된 직후 남북관계 부분에 대한 연설 내용도 일부 조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연설문 최종본은 2일 새벽까지도 수정을 거듭해 생방송 시작 50분 전인 오전 9시10분께야 완성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문제는 정부 내 강온론이 팽팽히 맞섰지만 이 대통령이 기존의 핵포기를 전제로 지원을 약속하는 `그랜드 바겐'이라는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기회의 창을 열어 놓고 있다"는 메시지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친인척과 측근 비리 의혹에 대한 사과 문구를 포함하는 것도 이 대통령의 결심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견해를 밝혀야 한다고 측근들에게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과는 내곡동 사저 문제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이 대통령이 `유감'이라고는 했지만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물가를 3%대 초반에서 잡겠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넣은 것 역시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최 수석은 "구체적인 숫자를 갖고 물가에 대해 얘기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물가를 잡겠다는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다고 해서 직접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과 물가 가운데 물가에 방점을 찍는 데 있어서도 참모진에서는 별다른 이견 제시가 없었다고 최 수석은 전했다.

    이번 연설의 원고 작성은 외교ㆍ안보와 경제, 정치, 사회 모든 분야가 망라됐던 만큼 전체 수석비서관들이 매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정장 차림에 넥타이는 붉은색 계열로 착용해 경기가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내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통상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으로만 시작하던 연설 머리에 `북녘 동포'도 포함해 기존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넘어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질서를 이끌어가려는 의지를 보인 점도 눈에 띄었다.

    이와 함께 국운 상승의 염원을 담아 이 대통령 뒤로는 봉황과 함께 오른쪽 어깨 상단에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라는 문구가 보이도록 배치했다.

    이 대통령의 연설은 TV와 라디오, 케이블 채널 등을 통해 생중계 됐으며, 200자 원고지 35매 분량으로 20분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