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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하루에 홀인원 다섯 번.
타이거 우즈를 능가한 천재"
후안무치-요절복통의 北 매체 보도
金泌材
김정일은 정치적으로 보면 독재자이자 북핵 개발의 장본인이다. 그러나 그는 스포츠 실력에 있어서 만큼은 배추머리를 하고 ‘위대한 지도자’ 문구가 새겨진 볼링셔츠를 입을 만한 세계 유일의 스포츠맨이었다.
북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은 생전에 처음 친 볼링에서 300점 만점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가 처음 친 골프에서 5번의 홀인원을 기록하며 합계 38언더파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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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천재성을 자랑하지 않았던 김정일?
물론 북한과 같은 폐쇄국가에서 나오는 뉴스를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구별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2007년 김정일은 평양골프장에서 한 라운드에 무려 11번의 홀인원을 달성해 자신의 종전 기록(5회)을 갱신했다고 한다.
김정일의 이 같은 스포츠 실력에 대해 골프 관련 유머(humor) 전문 블로거인 윌리엄 K. 울프럼은 “김정일은 겸손한 사람인 것 같다. 그는 자신에 대해 자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울프럼은 “김정일의 골프실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점은 거식증 환자인 케이트 모스가 핫도그 먹기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서구 언론에서 보도되면 ‘뻥’이라는 사실이 금방 드러나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어쨌든 나는 김정일의 스포츠 실력이 거짓으로 드러나기 전까지 사실로 받아들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스포츠를 하다보면 슬럼프 등 궁지에 몰리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북한의 경우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
북한 축구 대표팀 감독 출신의 문기남 씨는 2004년 탈북, 현재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는 2010년 월드컵 경기 개막에 앞서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의 축구선수들은 국제경기에서 승리하면 아파트가 포상으로 주어지지만, 졌을 경우 탄광으로 끌려간다고 밝혔다.
"달리면서 장군님만 생각했다" 말해 팔자 고친 정성옥
문 씨의 말을 당장 확인할 길은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북한의 김정일 숭배는 정치뿐만 아니라 스포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마라톤 영웅 정성옥은 1999년 스페인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마라톤대회 우승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달리면서 장군님만 생각했다”고 말했다가 팔자를 고친 케이스이다.
딕 파운드 캐나다 IOC위원은 김정일의 스포츠 실력에 대해 매우 불편해 한다. 그는 김정일이 영화를 좋아해 한국의 유명 여배우를 납치하고, 날씨가 안 좋으면 '기후변화'까지 일으키는 '초능력자'로 기억하고 있다. 파운드 위원은 “김정일 그 인간은 사격에서 300점 만점에다 승마도 천재라고 하던데 믿어야지 어떻게 하겠나”라고 말한다.
북한의 金氏일족은 농구광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는 2009년 보도에서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시절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고, 미국의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의 그림이나 그리던 좀스런 인간”이라고 했었다.
월드컵 경기 출전, 집단 치과 진료받은 北축구 대표팀
북한은 국제 축구계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기행(奇行)을 일삼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1999년 열렸던 여자 월드컵 경기에 출전했던 북한 축구대표팀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치과 진료를 받았던 적이 있다. 당시 FIFA 비용으로 북한의 한 여자 축구선수가 치과 진료를 받았다. 이후 6명의 북한 선수들이 치과 진료를 더 받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 김정훈 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거절한 적이 있다. 당시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김정일이 직접 제작했다는 ‘스텔스 전화기’였다. 김 감독은 “경기마다 통상적으로 ‘맨눈에는 보이지 않는(invisible) 휴대전화’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전술 조언을 받고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북한 대표팀은 당시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7-0으로 패배했다. 북한 팀은 불명예스럽게 자국으로 돌아갔다. RFA 보도에 따르면 북한 팀은 평양의 인민문화궁전에서 북한 체육성 산하 각 종목별 선수들과 평양체육대학, 김일성종합대학, 김형직사범대학 체육학부 학생 400여명의 학생들로부터 장장 6시간에 걸쳐 사상비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 경기서 미국에 2-0으로 깨진 이유는 '번개' 맞았기 때문(?)
북한 스포츠 팀은 해가 갈수록 상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독일에서 개최된 여자 월드컵 경기에서 북한팀은 2-0으로 미국 팀에 패배했다. 김광민 북한 대표팀 감독이 패배의 원인을 말했는데 선수 5명이 경기에 앞서 연거푸 번개에 맞아 연습을 못했다는 것이었다. FIFA는 또 2011 독일 여자 월드컵 대회 본선에 참가한 선수 가운데 5명이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나타냈다면서 북한에 대해 2015년 캐나다 여자 월드컵 출전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스포츠를 사랑(?)했던 김정일은 세상을 하직했다. 국제스포츠계는 이제 그가 스포츠 역사에 끼친 영향력에 대해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와 관련된 모든 기록이 사실이라면) 프로 골퍼 출신으로 미국 골프채널 해설가로 활동 중인 브랜델 챔블리는 김정일이 사망하자 “우리가 잘 아는 위대한 선수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생전에 만들어 놓은 핵무기가 8-11개이고, 한번에서 네 번 정도 세계를 파괴할 능력이 있었고, 11번이나 홀인원을 기록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골프 마스터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김정일에게는 골프 투어 카드가 있었어야 한다.”
김정일 골프 '홀인원'의 비밀 '깔때기' 그린
2003년 3월17일 취재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스기무라 다케시 씨는 당시 묵고 있던 평양의 양각도 호텔에서 골프를 칠 기회가 있었다. 감시역으로 따라온 북한 대외문화연락협회 관계자는 “장군님은 이 코스에서 전부 버디 이상이셨다. 홀인원도 일곱 번이나 기록하셨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스기무라 씨는 “양각도 골프클럽은 평양골프장보다 짧은 9홀의 쇼트코스지만 그린 상태가 아주 열악해서 퍼팅이 힘들었다. 그럼에도 김정일이 그렇게 좋은 스코어를 기록했다니 대단한 실력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스기무라 씨에게 기적(?)이 5번 홀에서 일어났다.
100야드 정도 앞의 그린은 가장자리가 콘크리트여서 잘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중앙의 핀을 목표로 공을 친 후 그린으로 이동했다. 그린은 마치 깔때기처럼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었다. 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실망한 스기무라 씨에게 북한 관계자가 소리쳤다. “스기무라 씨, 홀인원입니다!” 움푹 들어간 그린을 타고 공이 자동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바로 김정일이 ‘골프천재’가 된 비밀이었다.
김필재(金泌材) spoone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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