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사실 미국도 언론보도 통해 알아국정원 비방 행위는 정략적인 국론분열 행위
  • 미국 정부가 김정일 사망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최소 하루 이상 지나서 알았으며 북한의 폐쇄성을 고려할 때 이는 정보실패가 아니라고 밝힘에 따라, 김정일 사망사실을 사전에 몰랐다는 이유로 국가정보원(국정원)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들의 행태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2명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로이터 통신의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김정일 사망사실을 오픈소스센터를 통해 처음 접했으며 정보 입수시점은 김정일 사망 후 최소 하루 또는 그 이상이 지나서였다는 것이다. 오픈소스센터는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조직으로 전 세계 언론보도를 모니터링하는 곳이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보기관이 김정일의 사망정보를 뒤늦게 파악했지만 워낙 폐쇄적이고 고립돼있는 북한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포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의 실패는 아니었다는 두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두 관계자는 또한 김정일 사망 당시의 정확한 상황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도도 여전히 불완전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 및 북한정보에 밝은 유럽정부 조차도 지난 2008년 뇌졸중을 앓은 김정일의 건강이 최근 좋아지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전했다. ‘포브스’ 칼럼리스트이며 북한 전문가인 고든 창도 김정일의 최근 사진과 일정 등을 참고해 건강이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같이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기관들이 김정일의 사망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독 한국의 정치권과 언론들이 국정원에 대해 정보실패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는 시각이 일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은 김 위원장 사망을 ‘TV 보고 알았다’는 한심한 국정원에 분노하고 있다”며 “민주당 정책위와 정보위 소속 의원들과 협의해 예산심사를 통해 불필요한 사업과 예산을 삭감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도 “국정원 예산은 충분한데 거품이 있거나 잘못 쓰이고 있어서 대북 정보력이 취약한 것”이라고 주장을 했고, 다수의 언론들도 김정일 사망을 놓고 ‘혈세가 아깝다’는 식의 국정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한나라당의 정두언 의원조차도 국정원의 정보실패를 질타하는 입장에서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 정부 출범 전 소위 대북 휴미트(인적정보)체제가 와해되었다”며 “그런데 그 이유가 가관이었다. 이들이 이명박 음해세력이었다는 것이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정일 사망을 두고 국정원의 정보실패를 비난하는 행위는 북한사회에 대한 자신들의 무지를 고백하는 처사와 다름 아니다”며 “미국 및 유럽의 정보기관조차 파악을 하지 못한 사실을 국정원이 알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엄중한 시기에 정부를 비방하여 국론분열을 획책, 정략적 이득을 얻기 위한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아무리 정보망을 동원해도 알 수 없는 것은 알 수 없는 것”이라며 “북한의 폐쇄성을 무시한 체 사망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로 국정원을 비난하는 행위는 현 시점에서 좋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