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결과 열어둬야" VS 수사팀 "우발적 단독범행"
  • 10·26 재보선날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놓고 경찰 수뇌부와 수사팀 간의 갈등이 이례적으로 불거졌다.

    경찰 수사팀이 이번 사건을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전비서 공모씨의 단독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에 대해 조현오 경찰청장이 단독범행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수사팀을 질책하고 나선 것이다.

    조 청장은 16일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자청해 "범행 5일 전에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김모씨가 공씨에게 보낸 1천만원이 대가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게 됐다"면서 "이에 따라 피의자 공씨의 우발적 단독 범행으로 단정할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즉 디도스 수사팀이 내린 수사결과를 조 청장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조 청장과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을 필두로 한 수사팀 간의 견해차는 10월20일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모씨에게서 공씨에게 간 1천만원의 성격에서부터 출발한다.

    조 청장은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공씨가 이 돈을 디도스 공격을 실행에 옮긴 강모씨에게 다시 빌려준 점 등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이 자금 거래가 대가성일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김씨가 이 자금이 이번 범행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면서 거짓말 탐지기에 걸린 사실에 조 청장은 주목했다.

    반면 황 기획관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주축으로 한 수사팀은 공씨와 강씨 등이 실명 계좌로 거래했고 여신 거래 기록 등을 남긴 점을 중시했다.

    황 기획관은 "피의자와 참고인들이 제시한 진술의 신빙성이 높았고 수상한 거래라고 판단할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으며 거짓말 탐지기를 100% 신뢰할 수 없다"면서 "우발적 단독범행이라는 수사팀의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조 청장이 발언하는 틈새에 황 기획관이 "저는 (청장과) 견해가 다르다"며 말을 이어가려 하자, 조 청장이 "가만 있으라"고 제지하며 자신의 발언을 계속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는 데 대해서도 조 청장과 황 기획관 사이에는 이견이 있었다.

    조 청장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찰에 송치하는 것"이라면서 "검찰이 향후 수사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길 기대한다"라고 한 반면, 황 기획관은 "경찰이 당당하게 수사한 만큼 현재까지 판단한 중간 결론을 자신 있게 말해야지 검찰에게 떠넘기는 식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뇌부와 수사팀 간 이견을 두고 경찰 내에서는 조 청장이 책임을 아래에 떠넘긴다는 시각과 황 기획관의 고집이 지나쳐 조직을 해치고 있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황 기획관은 "수뇌부도 수사팀의 판단을 신뢰하고 있다"면서 "다만 단독범행이 아닐 가능성을 열어두는 정도가 수사팀이 10%라면 수뇌부는 30~40% 아닌가 싶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