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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제이(본명 김계훈)의 전 매니서 서모씨에게 공동 상해를 가하고 각서 작성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던 가수 크라운제이와 가수 겸 작곡가 대니얼 신(DANIEL CHUNG HWAN SHIN)이 각각 별개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 하현국 판사는 지난 7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크라운제이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요트포기 및 사실확인서 등의 문서 작성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 "각서 등의 증거를 감안, 피해자가 협박을 받아 빚을 갚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서씨의 진술만으로 크라운제이의 폭행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고, 지인들과 사전 모의를 통해 폭행을 했다고도 보기 힘든 정황"이라며 공동 상해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니얼 신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과 당시 정황으로 볼 때 감정이 격해져서 서씨에게 상해를 입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크라운제이와 동일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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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제이, 6개월만에 또다시 집행유예 판결
지난 3월 해당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이후 "자신은 서씨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해왔던 크라운제이는 이로써 9개월여만에 누명을 벗게 됐다.
그러나 재판부가 ▲은행 대출 빚을 갚겠다는 각서와 ▲예전미디어와 관련된 사실확인서, ▲요트포기 각서를 서씨로 하여금 강제로 작성케 했다는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크라운제이는 대마초 흡연 사건(6월 9일 집행유예 선고)에 이어 6개월만에 또 다시 형사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일단 크라운제이는 '폭행'이라는 가장 큰 혐의를 벗은 점에 대해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이날 재판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크라운제이는 "폭행 연루에 대한 모든 혐의가 벗겨지고 진실이 밝혀지게 된 점은 기쁘다"면서 "그동안 폭행 혐의로 피소되면서 천 배 만 배 이상 큰 피해를 입었다. 끝까지 나를 믿어준 팬들과 어머니, 가족분들께도 너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재판 진행 상황과 큰 관계가 없는 예전미디어에 대한 사실확인서 작성건과 요트포기 각서 작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 받은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이점에 대해선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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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일 법정을 빠져나오고 있는 크라운제이와 대니얼 신. ⓒ 양호상 기자
◆"'은행 빚 갚겠다'는 각서, 서씨 스스로 작성?"
실제로 크라운제이의 변호인은 지난 8월 열린 공판에서도 "지난해 8월 29일 서씨로부터 문서 3개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들은 모두 대출에 대한 것들이었고 서씨가 스스로 제공한 것이었다"며 "강요에 의해서 작성된 게 아니"라고 항변한 바 있다.
당시 변호인은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서씨가 모 저축은행에서 크라운제이의 명의로 2억원의 대출을 받은 데서부터 비롯됐다"며 "서씨가 이를 제때 갚지 않아 결국 이들과 아무련 관련도 없는 크라운제이의 어머니 김모씨가 부분 변제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왜 크라운제이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서씨의 일을 해결해야만 했는지, 반대로 서씨는 왜 이런 식으로 일을 꾸밀 수 밖에 없었는지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크라운제이 역시 지난 3월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서씨가 잠적한 이후 각서를 받을 때까지 서씨를 단 3번 만날 수 있었는데 모두 대출금 상환 문제로 만났으며 3번째 만난 날 서씨가 미안하다며 스스로 각서를 주겠다고 제안한 후 관련 문서를 작성해 교부한 것"이라고 설명, "해당 문건들이 절대로 '강요'로 인해 작성된 게 아니"라고 항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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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일 준비된 차량에 탑승, 법정을 빠져나오고 있는 크라운제이와 대니얼 신. ⓒ 양호상 기자
◆두 사람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수년간 크라운제이의 로드매니저로 활동해 온 서씨는 "지난해 8월 29일 크라운제이가 지인 3명을 대동해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1억원 상당의 요트 양도 및 2억원의 대출금 중 1억원을 갚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할 것을 강요했다"며 "당시 크라운제이 일행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 크라운제이를 폭행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 3월 8일 크라운제이를 불구속 입건했다.
믿었던 지인에게 발등을 찍힌 크라운제이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서씨의 주장이 사실 무근임을 강변하고 나섰다.
"지난 5년간 친동생처럼 믿고 지냈던 친구에게 이같은 배신을 당해 안타깝습니다. 이번 사건은 그 친구가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사기극을 꾸미고 나를 악의적으로 모함한 것입니다. 서씨는 고소장에 폭행 당한 장소를 '커피숍'이라고 적어냈으나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에서 맞았다'고 말한 뒤 다시 '9시간 동안 끌려다니면서 맞았다'고 밝히는 등 진술이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고소장에는 '크라운제이와 같이 온 일행에게 맞았고 크라운제이는 오히려 폭행을 말렸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크라운제이만 때렸다', '크라운제이를 제외한 3명에게 맞았다', '크라운제이와 3명이 유리병으로 위협했다'는 식으로 엇갈리는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많은 커피숍에서 얼굴이 널리 알려진 자신이 폭행했다는 주장도 말이 안되며 서씨는 자신의 소속사 대표 노모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크라운제이에게 폭행 당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고 당시 통화 내역을 녹취한 자료도 갖고 있습니다."
당시 크라운제이는 ▲서씨의 주장이 일관되지 못하고 ▲당시 정황으로 볼 때 크라운제이가 폭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 ▲초기 진술과 전화통화 등을 통해 서씨가 크라운제이의 폭행 가담설을 부인한 점 등을 거론하며 "공동상해 혐의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형사 재판부도 이같은 점을 인정했다. 지난 7일 선고공판에서 하현국 판사는 "대니얼 신은 감정이 격해져서 서씨에게 폭행을 가한 사실이 인정되나 크라운제이는 폭행을 사전 모의하거나 해당 과정에 개입했다는 정황 증거가 없다"며 해당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문서 작성 강요 혐의다. 재판부는 "대출금 상환 독촉에 시달려온 크라운제이가 서씨에게 변제 능력이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갚을 것을 다짐하는 각서를 쓰게 했고 이 과정에 강요 행위가 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혐의를 유죄 판결했다.
재판부가 지적한 문서들은 크라운제이가 사전에 언급한 바 있는 '각서 및 사실확인서'를 가리킨다.
크라운제이는 '돈을 갚겠다'는 내용의 각서는 어디까지나 서씨의 자발적 의지로 작성된 것임을 강조, "사건의 본질은 '각서 작성 여부'가 아니라 대출금 상환을 미루고 잠적한 서씨의 '사기 행각'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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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해명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크라운제이. ⓒ 조광형 기자
"그날 오후(2010년 8월 29일) 7시 30분경 서울 강남에 있는 커피숍에서 친구 3명과 함께 서OO을 만났습니다. 당시 서OO은 저에게 '그동안 내가 형이나 형의 어머니 전화를 안 받았고 H저축은행 전화마저도 안 받아 나에 대한 형의 신뢰가 없을 거야. 하지만 내가 요트를 하나 가지고 있으니 이를 이용해 대출금을 처리해 줄께'라고 말했습니다. 이전까지 서OO에게 요트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서OO이 이같은 말을 하자 그제서야 비로소 서OO이 요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그 후 서OO은 (크라운제이)일행과 차를 타고 제(크라운제이)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온 서OO은 어머니에게 사과를 하고 대출금 변제기 연장을 위해 담보로 제공한 어머니 소유의 집 대신 요트를 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후 서OO과 함께 요트 관련 서류가 있다는 연신내로 가서 서류를 갖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도착한 서OO은 아파트 경비실 앞 주차장에 (크라운제이의)차를 세우고 차안에서 각서를 작성해 이를 요트 관련 서류와 함께 건네줬습니다. 그러나 서OO이 준 요트 관련 서류는 일본어로 기재돼 있는 대금 지급 영수증 사본이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해당 서류는 담보로 제공할 수 없는 요트 수입 면장 사본에 불과했습니다."
크라운제이는 "요트포기 각서 역시 스스로 작성해 준 것"이라며 "당시 자신에게 준 요트서류조차 담보가치가 없는 수입 면장이었다"고 밝혀 서씨의 행각이 거짓으로 점철돼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크라운제이는 "심지어 재판부에서도 공소 내역 중 '요트서류와 아이폰' 갈취 부문을 기각 처리했다"며 "이는 그동안 서씨가 주장한 내용들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크라운제이의 주장과 저간의 재판 상황을 살펴보면 현재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크라운제이와 서모씨는 한때 절친한 동업자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서로를 형 동생으로 부르며 각별한 사이였던 이들은 2008년 6월 서씨가 크라운제이에게 "H저축은행에서 보증을 서달라"는 부탁을 하면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서씨가 찾아와 '연예인이 연대 보증을 서면 2억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며 '형이 보증을 서 주면 대출금을 통해 학원 등에 투자해서 돈을 벌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쳐 이를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증을 선 사실을 알게 된 (크라운제이의)어머니가 '보증은 안된다'고 말려 서씨에게 '대출금 2억원을 모두 가져올 것'을 요구했죠. 하지만 서씨는 '이미 돈을 많이 써버렸다'며 5,000만원만 어머니에게 반환했습니다. 돌려 받은 이 돈은 2009년 3월과 2010년 3월, 각각 3,000만원과 2,000만원으로 양분해 H저축은행에 고스란히 반납했습니다. 서씨의 부탁을 받아 2009년 2월 대출금의 이자 및 원금 상환 명목으로 H저축은행에 3,000만원을 입금, 대신 변제를 했는데 같은해 6월 서씨가 미국에서 혼자 귀국한 뒤로 소식이 끊겼습니다. 그 후로 H저축은행의 상환 압박을 이기지 못한 어머니가 아들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염려, 집을 담보로 잡아 서씨의 대출을 1차 연장했습니다. 다시 H저축은행의 독촉으로 인해 지난해 4월 자신이 2차로 대출을 연장하고 서씨의 대출금 중 2000만원을 변제했습니다."
하현국 판사는 7일 선고 공판에서 "▲연대보증을 선 크라운제이가 대신 상환 독촉을 받고 있던 와중 ▲서씨는 연락도 되지 않았으며 ▲서씨가 관여한 음반 계약 문제도 제대로 풀리지 않아 크라운제이가 손해를 봤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기를 정상 참작하더라도 각서를 강제로 쓰게 했다면 이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재판부의 논리다.
크라운제이가 향후 항소심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선 서씨가 스스로 각서를 쓰겠다고 밝힌 내용이 '녹취록' 등으로 공개되거나 결정적인 '증언' 등이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크라운제이를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한 서씨는 대출금을 갚지 않기 위해 크라운제이를 속였다는 점이 일부 인정돼 현재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이에 따라 서씨가 사기 혐의로 기소될 경우 크라운제이의 항소심과 맞물려 또 한 차례 '진실공방'이 벌어질 태세.
특히 서씨의 증언 여부에 따라 크라운제이의 재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 내년 초부터 진행될 재판에 연예가의 이목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취재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양호상 기자 n2cf@newdaily.co.kr◆'대마초 사건'도 서씨 탓? = 크라운제이는 지난해 말 불거진 대마초 흡연 사건도 서씨의 제보에서 비롯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8월 서씨가 어머니에게 사과를 하는 동안 (크라운제이)매니저가 서씨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상당한 양의 대마초를 발견하고 이를 휴대폰 동영상으로 촬영해 보관하고 있었는데 서씨가 담보 제공 약정을 이행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자 (매니저가)크라운제이와 상의 없이 단독으로 해당 영상을 지난해 10월 10일 안암 마약수사대에 신고한 사건이라는 것.
크라운제이는 "당시 서씨가 핸드폰 영상의 존재로 자신이 대마초와 관련된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을(크라운제이) 강남경찰서에 폭행 혐의로 고소하면서 대마초 흡연 사실까지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씨는 "▲크라운제이의 음반 제작을 위해 공동으로 2억원을 대출 받았고 ▲1억원 상당의 대출금 변제 각서와 요트 양도 각서를 체결한 것은 크라운제이의 강요에 의해서 체결한 것"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한 "▲마약 수사대에 대마초 영상을 보낸 것도 크라운제이 측이 폭행 사실을 덮기 위해(형사 고소 취하를 위해) 자신이 없을 때 차 안에서 찍은 영상을 보낸 것이고 ▲크라운제이의 대마초 흡연 사실은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지 고의적으로 제보한 것은 아니다"란 주장을 펴고 있다.
서씨는 당시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음성 판정을 받아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반면 크라운제이는 지난해 말 미국에서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적발돼 재판을 받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