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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 몰아친 태풍은 '홍준표'에서 멈춰섰다. ‘쇄신’을 부르짖는 파고는 높았지만 일사분란하게 밀려드는 파도에 밀려 큰 힘을 써보지 못했다.
출범 4개월여 동안 끊임 없이 사퇴론에 휩싸인 ‘홍준표 체제’가 유지하게 됐다. 한나라당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홍준표 대표의 사퇴를 비롯한 지도체제, 당의 향방을 두고 찬반 논의를 거듭한 결과다.
이날 의총에서는 '홍준표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김기현 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에게 "당 대표가 지금 이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대표가 쇄신안을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현 지도체제 유지와 함께 홍준표 대표 중심으로 정책쇄신과 정치쇄신을 '투 트랙'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홍 대표는 당 쇄신의 칼자루를 쥐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사퇴한 최고위원 3인을 포함한 쇄신파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현 체제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 최고위원 3인, '지도부 동반사퇴'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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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당 의총에 참석한 홍준표 대표. ⓒ 연합뉴스
당초 이날 의총은 ‘부자증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의원들의 관심은 온통 ‘지도부 사퇴론’ 쏠렸다.
홍 대표가 대표직을 내놓을 경우, 재창당론, 당명교체론, 박근혜 등판론 등 당의 향방이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원희룡‧남경필 등 3인의 최고위원이 이날 오전 최고위원 직에서 물러난 게 시발점이 됐다.
이들은 10.26 재보궐 선거와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에 대한 당의 무기력한 대응을 비판하면서 지도부 동반 사퇴와 당의 전면적인 재창당을 촉구했다.
이에 홍준표 대표는 “재창당 계획이 있다. 10.26 이후 재창당 로드맵과 대안을 마련했다”고 맞섰다.
사실상 ‘지도부 총사퇴’를 거부한 셈이다.
◆ 홍준표, 8일만에 또 다시 '재신임'
비공개 의총은 시작부터 늦가을의 서릿발처럼 매서웠다.
의총이 시작되자마자 최고위원직을 내놓은 원희룡 의원이 손을 들고 “공개를 요청합니다”고 외쳤다. “최고위원 3명이 동시 사퇴한 최대 위기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를 못할 이유가 뭐 있느냐. 사퇴의 변을 밝히겠다”고 공개 전환을 요구했다.이에 대해 홍준표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 안했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사회를 맡은 황영철 원내대변인은 “처음은 비공개를 하되, 의원 다수가 원하면 공개 하겠다”며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다.
의총이 시작되자 홍 대표는 자신의 거취를 의원들에게 맡겼다.
그는 “여러분들이 ‘홍준표 안된다’고 하면 흔쾌히 나가겠다. 집권 여당 대표가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의 거취문제가 잇따라 제기되는데 대한 강한 유감을 표한 것이다.그는 “168명 의원이 한 말씀씩 다 해 달라. 그 결론에 따르겠다. 소수 의원이 당 대표를 흔드는 것은 옳지 않고, 만약 다수 의원이 그런 의견이라면 따르겠다”고 했다.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이 전격적으로 동반사퇴하면서 자신의 사퇴를 압박한 데 대한 거부의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동시에 지난달 29일 쇄신 연찬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나온다면 사퇴하겠다”며 재신임을 받은 홍 대표가 이번에는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또 한 번의 재신임 카드를 던진 셈이다.
발언을 마친 홍 대표는 “내가 여기 있으면 의원들이 마음에 있는 소리를 못할 것 같다”며 곧바로 의총장을 떠났다.
◆ "지도부 사퇴, 무책임 하다" 의견 많아
홍 대표가 떠난 의총장에서는 현 지도부 사퇴를 놓고 찬반 논쟁이 팽팽히 맞섰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지금 당이 처한 상황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를 연상케 한다. 혁명에 당내 기득권층의 저항이 만만치 않겠지만 어떤 저항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재창당 요구 10인 중 한 명인 차명진 의원은 “지도부가 바뀌어야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비대위가 아니라 재창당 추진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의원은 “'디도스 사건'은 제2의 차떼기 사건이다. 민심의 구도가 잡히면 거기에 순응하고 새롭고 건강한 보수세력에 당을 넘겨야 한다. 홍 대표는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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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의원들이 7일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반면 정미경 의원은 “최고위원 세 분의 결정에 99% 공감하지만, 1% 공감하지 못하는 건 시기”라고 말했고, 김학용 의원도 “지금 사퇴하는 것은 시기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도 사퇴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성헌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얼마 있지 않아 새 선거(총선)체제를 준비해야 하는데 국민의 소리를 얻으려면 임시기구(비상대책위원회)로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홍사덕 의원은 “지도부 총사퇴는 불가능하다. 국민 눈에는 홍 대표를 끌어내리는 것은 권력투쟁일 뿐이다. 민생예산 2조~3조원 증액을 전력을 다해 처리하고 지도부가 대안을 찾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이경재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바로 사퇴하는 것은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 국민을 위해 예산안을 처리한 뒤 지도부 진퇴를 포함해 당 쇄신안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발언에 나선 의원 30여명 가운데 홍 대표의 퇴진을 요구한 의원이 쇄신파에 국한되자, 홍 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쇄신안을 책임지고 추진하는 것으로 3시간 30여분 간의 논의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