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중앙위, 지도부-반대파 격론'원샷 전대' vs '독자 전대' 양보없는 힘겨루기
  • ▲ 한나라당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눈을 감은채 최고위원들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 한나라당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가 눈을 감은채 최고위원들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이 23일 야권 통합 추진 방식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날 벌어진 공방의 수준을 봐서는 당 분열도 예상될 정도였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중앙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통합 추진에 대한 의견수렴에 나섰다.

    중앙위원회는 당의 최고 의결기구인 전당대회 다음으로 비중있는 협의체로, 이날 회의에서 야권통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민주당 지도부가 통합을 추진할 힘을 받는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제 세력을 결집해 다음달 17일 한 번의 `원샷 전당대회'에서 단일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반대파들은 민주당이 독자 전당대회를 먼저 개최해 지도부를 별도로 뽑은 뒤 외부세력과의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선(先) 독자전대론'으로 맞서고 있다.

    이런 갈등은 회의 시작 전부터 여지없이 드러났다.

    반대파들은 '선(先) 당내 혁신, 후(後) 야권통합', `60년 정통성있는 민주당을 지키자'는 플래카드를 당사 입구에 내걸었다.

    중앙위원이 아닌 당원들이 대거 나타나 퇴장해 달라는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회의장 뒷자리를 차지했다. 한 당원은 "광주에서 버스 4대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뒤늦게 회의에 참석한 중앙위원들은 좌석이 모자라 회의장 벽면에 선 상태에서 회의가 시작됐다.

    중앙위 의장인 이미경 의원은 "우리는 야권 민주진보 진영의 대통합을 이뤄내자는 결의를 갖고 여기까지 왔다. 국민의 여망을 가슴에 새기면서 중요한 결정을 해나가자"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손 대표는 "야권통합은 시대의 요구이자 국민의 명령이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려선 안될 깃발"이라며 "민주당은 민주진보 진영의 맏형이자 중심세력으로서 모든 세력을 통크게 품고 더 큰 민주당으로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손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생겼다. 사회자가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하자 한 지역위원장은 "공개적으로 해!"라고 반발했다. 한 40대 남성이 "손학규 사퇴하라"고 외치는 등 곳곳에서 작은 충돌이 생겼다.

    첫 토론자로 나선 조경태 의원은 "`혁신과통합'과의 통합은 당원의 뜻을 무시한 밀실야합"이라고 비판했고, 이동석 중앙위원은 "당의 통합과 해산은 전대에서만 할 수 있다"며 최고위원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유선호 의원은 "지도부가 졸속 통합을 추진해 통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새 지도부를 뽑아 분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학진 의원은 "이 정권에 맞서 일대일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며 "전대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한 판에 모여 완전국민경선을 해야 한다"고 `원샷' 통합전대를 옹호했다.

    신기남 상임고문도 "통합신당 추진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통합 일정과 방식에 대한 협상권한을 최고위에 위임하자"며 지도부에 힘을 실었다.

    통합전대파의 토론이 이어지는 중간중간 욕설이 섞인 막말도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