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시장 찾은 대학생..김문수 지사 보고 '깜짝'

23일 새벽 5시 30분 수원 조원동에 있는 직업소개소 재광인력.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겨울비가 내리는 어둠을 뚫고 인력시장을 찾았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 등 경제난으로 일자리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새벽길을 나선 것이다. 지난달 성남 태평고개 인력시장 방문에 이어 한달 만에 다시 나선 새벽 민생탐방이다.

김 지사가 도착했을 때 재광인력에는 일용직 근로자 50여명이 아파트 등 건설공사장 투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김 지사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구직자들은 김 지사에게 주로 건설경기 불황과 외국인노동자 증가, 고연령자 기피, 건강진단 문제 등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까 불안한 마음을 털어놨다.

올해 77세인 한 구직자는 “내가 여기서 최고령이다. 하지만 힘이 넘치는 데도 나이가 많아 현장에 갔다가도 퇴짜를 맞고 되돌아 올 때 제일 속상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김 지사는 “요즘 노인들은 워낙 건강하시니 제한 연령대를 조금 높이자고 건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구직자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혈압부터 재는데 너무 경황이 없어 평소보다 수치가 높게 나와 일자리를 놓치고 허탕치는 일도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김 지사는 “한숨 돌리고 차분하게 건강체크 받으시라”며 “특히 겨울엔 감기 걸리지 않는 게 최우선이니 경기도에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실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지사는 일자리를 찾으러 온 대학생들과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친구 사이라는 20세 청년 둘은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무슨 일이든 하고 있는데, 이번엔 공사장 근로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며 “기술적인 일은 못해도 잡일은 즐겁게 할 각오가 돼 있다. TV에서 보던 지사님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김 지사는 “요즘 우리 젊은이들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이렇게 모든 일에 열심히 땀흘리는 청년들이 있어 든든하다”며 두 손을 꼭 잡았다.

한 여성 구직자는 “주로 공사장 청소를 하는데 요즘 같은 때는 하루 6~7만원 버는 것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게 웃었고, 김 지사는 “몸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일하시라”고 격려했다.

구직자들은 김 지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면 작업장을 향해 떠났다. 한 구직자는 밝은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저는 용인 공사장으로 갑니다. 우리 잘해 봅시다!”라고 오히려 김 지사를 격려하기도 했다.

오전 6시 30분. 김 지사는 끝내 일감을 찾지 못한 이들을 위로·격려하고, 일용직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직업소개소 관계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