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 국회면담..한미 FTA 협조 당부李대통령 "나는 대통령으로서 역할 하겠다"
  •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오후 3시 국회를 찾아 박희태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와 1시간 22분 가량 면담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3시 정각 국회 현관에 도착하자 박 의장과 권오을 국회 사무총장 등이 영접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국회 방문은 2008년 2월25일 취임식, 같은 해 7월11일 국회 시정연설을 위한 방문 등에 이어 세 번째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후 국회를 방문, 박희태 국회의장, 여야 대표들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국회처리 논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후 국회를 방문, 박희태 국회의장, 여야 대표들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국회처리 논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불참에서 참석으로 선회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오후 2시50분쯤 국회 현관에 미리 도착해 있다 이 대통령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국회 본청 정현문 앞에 마중나온 박 의장에게 "날씨가 따뜻해서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다. 어젯밤 늦게 도착했고 (오늘) 수석비서관회의를 끝내고 왔다. 오늘 온다고 약속했으니"라며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박 의장의 안내로 중앙홀을 거쳐 3층에 마련된 제1접견실에 들어서면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황우여 원내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김진표 원내대표 등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특히 한-미 FTA 비준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손 대표에게는 "아이구, 자주 보네요", 김 원내대표에게는 “고생많습니다”, 이용섭 대변인에게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이 대통령과 박 의장, 여야 지도부는 포토 세션을 거쳐 면담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박 의장은 인사말에서 "바쁜데도 불구하고 국회를 찾아줘 감사하다. 한-미 FTA를 속 시원하게 국민에게 합의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해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좀더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면 얼마든지 길이 있지 않겠느냐. 때는 가을이지만 봄 같은 따뜻한 온기 속에서 꽃이 피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 대통령은 면담에 참석한 여야 지도부를 차례로 호명하면서 "모여서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돼 고맙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여야 원내대표에게 "여야 원내대표간에는 많은 얘기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 무엇이 문제가 있는지, 문제가 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그 의지를 양당 대표에게 보여주러 왔다"고 강조했다.

    또 "오늘은 정말 초당적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애국심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양당 대표, 원내대표,  의장 입회하에 그런 부탁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심정으로 하면서 나는 대통령으로서 내 역할을 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손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께서 온다고 하면 잔치가 되어야 하는데 오늘 분위기가 그렇지 않다. 굳이 대통령께서 온다고 하니 안 나올 수 없어 실제 마음이 착잡하다”고 답했다.

    또 “국회를 방문하는 것을 언론에서 제기하는 게 야당을 압박하고 일방처리 수순밟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 대표가 “이 자리에 사실 안 나올 수 없죠. 야당 대표 안 오면 기다린다...”라면서 웃자 이 대통령은 “난 그런 얘기 한 적 없는데”라고 말을 받았다.

    손 대표가 "민주당의 '10+2'중 최소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는 해야.."라는 주장을 이어가며 발언이 길어지자 청와대측이 발언 시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풀 기자들을 모두 내보내며 비공개 면담으로 전환하는 등 '신경전'도 연출됐다.

    비공개 면담에서도 손 대표는 "미국은 4년 반을 끌면서 자국에 유리한 만큼 우리도 시간을 갖고 미국과 재협상을 해 독소조항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이 때가 오후 3시20분. 이때부터 제1접견실에서는 이 대통령과 국회의장,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와 대변인,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최금락 홍보수석,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한미FTA 해법을 논의하는 비공개 면담이 진행됐다.

    접견실의 문은 1시간 만인 오후 4시22분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