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잃은 민주당 내일 의총 주목···거부 땐 정국 경색
  • ▲ 15일 오후 국회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 15일 오후 국회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발효후 3개월 이내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을 미국에 요구하겠다고 전격 제안하면서 한-미 FTA 정국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 대통령이 한-미 FTA 핵심쟁점인 ‘ISD’에 대한 재협상 방침을 밝힌 것은 강력한 국회 처리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의지는 정치권 내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남은 것은 비준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실천’과 민주당의 ‘결단’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지도부는 물론 협상파와 쇄신파까지 이 대통령의 제안을 “전향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민주당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

    쇄신파는 이날 긴급 모임을 갖고 “이 대통령께서 큰 물꼬를 터 준 것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익을 위해 한-미 FTA를 잘 처리해야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도 “지금까지 나온 제안 중에 가장 진일보한 것인데 민주당이 못 받을 이유가 없다. 이것마저 거부하면 다른 정치가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회동을 “미흡하고 실망스럽다”는 부정적 반응을 내놨지만 사실상 반대 명분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손학규 대표가 “ISD 재협상 제안을 내일(16일) 의원총회에서 논의해보겠다”며 한발 물러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제안을 거부하기로 결론을 내릴 경우, 국회가 파국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당은 비준안 ‘단독처리’, 야당은 ‘결사저지’에 각각 나서면서 물리적 충돌을 빚는 구태를 재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대표적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달라진 게 없다. 지금 우리 입장이 흔들리면 (우리만) 죽는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내 온건파는 “이번 제안을 수용해 더 이상 식물국회로 낙인찍히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여야가 이 대통령의 제안을 고리로 극적 타결을 이루게 되면 비준안은 차질없이 내년 1월1일에 발효될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상황은 복잡하게 꼬이게 된다.

    여당 내에선 다시 ‘단독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 것이고, 이를 반대하는 협상파는 물리적 충돌을 반대하며 각을 세울 공산이 크다. 

    민주당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키’는 민주당이 쥐고 있다. 민노당에 이끌려 국회를 파국으로 몰고갈지, 이번 협상을 계기로 건전한 국회의 기틀을 마련할지는 선택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