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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특정 정치인을 비방하는 내용의 수업을 했다 비난을 받은, 일명 ‘김포 국사교사’는 현재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한 채 칩거 중이라고 한다. 해당 교사는 올해 교직 2년차로 평소에는 ‘종북좌파’ 성향이 전혀 없었다고 동료 교사들이 전했다.
4일 저녁 김포 C교 교무실
지난 3일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정치사회갤러리에 한 고교생이 올린 동영상과 글이 논란이 됐다. 김포 모 고교 1학년 역사교사가 학생들에게 삼별초를 설명하는 도중 박근혜 의원과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욕설을 섞어가며 비난하는 수업을 했다.
역사 수업 중 정치적 성향을 주입하는 데 반발한 한 학생이 이 교사의 욕설 섞인 정치 편향 수업내용을 녹음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논란이 커졌다. <조갑제닷컴>과 <뉴데일리>가 이 교사의 욕설을 기사화하자 3일과 4일 일간지와 방송을 통해 “김포의 한 공립학교 교사가 역사 수업 중 정치색이 짙은 발언을 한 게 인터넷에 퍼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는 보도가 나갔다.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셌다.
4일 인터넷에는 ‘해당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과를 했다’ ‘나는 그 학교 학생인데 그 선생님이 사실은 여러분들 생각처럼 좌파도 아니고 그렇게 나쁜 선생님이 아니다’는 글이 올라왔지만 흥분한 네티즌들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
5일 오후 5시 30분 경, 해당 학교를 찾았다. 학생들은 저녁 수업을 위해 식당으로 몰려가 있었고 교사들은 퇴근 준비를 하거나 학생들 감독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학교 교무실로 찾아가자 교무주임이 기자를 맞았다. 교무주임은 보자마자 “지금 그 일 때문에 죽겠다”고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어제 네이버 메인화면에 뉴데일리의 기사가 뜬 뒤 학교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도 언론의 취재전화와 각 지방에서 걸려오는 항의 전화 받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금방 기자님 도착하기 직전에도 그런 전화를 받고 응대했습니다.”
해당 학교가 있는 곳은 김포 신도시. 이 보도가 나온 뒤 학부모들도 자기 자녀들이 혹시나 ‘좌파식 주입교육을 받는가’ 걱정해 학교로 끊임없이 문의했다고 한다.
“그 선생님, 전교조도, 좌파도 아니에요”
교무주임은 ‘해당 교사는 좌파가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선생님은 좌파도 아니고 전교조도 아닙니다. 올해 28살이고 얼마 전에 결혼한 새 신랑인데….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말한 적은커녕 비슷한 행동도 한 적이 없습니다. 전교조는 학교에서 이미 파악하고 있는데 전혀 아닙니다.”
옆에 있던 선배 교사도 거들었다. 신도시에 새로 생긴 학교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학생들의 집중도가 크게 떨어지는 편이라 젊은 교사들이 아이들 입맛에 맞추려다 보니 험한 단어를 쓰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제 담당이 영어입니다. 우리학교는 올해 처음 수능을 치릅니다. 여기 보세요. 제가 EBS 수능 문제를 책으로 6권 만들어 일일이 풀이해 학생들에게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이걸 제대로 따라오는 아이들이 전교 10반 중에서 5명이 안 됩니다.”
그는 150페이지는 됨직한 유인물 뭉치를 들어 보이며 내용을 보여줬다.
“수업을 하다 보면 대부분 아이들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MP3 듣거나 멋대로 입니다. 영어가 그런데 역사는 말할 필요가 없죠. 제가 그 선생님을 아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평소에 상당히 열심히 아이들 가르치고, 인기도 좋은 선생님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오버’를 하다 큰 실수를 한 거 같아요.”
이때 학교 교감이 교무실로 들어왔다. 교감은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해당 교사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 그 선생님은 ‘패닉’ 상태입니다. 덩치도 산만한 친구가 어제부터 언론에 자기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 흘리면서 사람들을 피하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인터넷 마녀사냥’을 당할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외부인과 그 선생님의 접촉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교감은 “이 일은 분명 그가 큰 잘못을 한 것이다. 하지만 정말 좌파적인 신념을 갖고 그렇게 말한 거라면 울면서 다른 선생님들한테 잘못했다고 하고 학생들에게 사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에 전교조 선생님이 6명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 선생님의 선배이자 함께 1학년 역사 수업을 담당하는 선생님은 전교조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 선생님도 그렇고 우리 학교 전교조 선생님들 중 집회에 참석하거나 시위를 벌이거나 하는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해당 교사, 깊이 반성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안 믿어
교감은 3일 해당 교사를 앞세우고 교감과 교무주임, 역사 담당 선배교사들이 함께 1학년 반을 돌면서 학생들에게 ‘그 수업의 발언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히고 사과했다고 말했다. 교감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오늘은 경기 교육청에서 진상파악을 한다며 학교로 찾아왔습니다. 처분은 없을 거라지만 그래도 걱정이 됩니다. 언론들은 취재한다며 계속 전화합니다. 그 선생이 잘못한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젊은 선생이 혈기에 한 번 말실수를 한 것으로 인생에 큰 불이익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옆에 있던 다른 교사도 교감의 말을 거들었다.
“맞아요. 그 선생이 평소에 그랬으면 우리도 이렇게 편들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크게 충격을 받았고 근신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경험을 계기로 앞으로는 말조심을 할 거라 저희 동료들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당 교사와 만나고 싶다고 묻자 학교 측은 “지금은 안정이 필요하다. 다른 언론도 해당 교사를 만나지 못했다”며 완곡히 거절했다.
학교를 나선 뒤 인터넷을 뒤져보니 해당 교사에 대한 비판은 더 거세진 상태였다. 해당 교사의 육성을 올렸던 ‘디시인사이드’에서는 녹음과 글이 이미 삭제됐지만 ‘유튜브’ 등에는 아직 남아 있다. 우파 매체나 단체들 또한 해당 교사를 교직에서 추방해야 한다며 흥분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만약 이런 ‘심각한 수준의 말실수’가 '농담'처럼 통용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교직 2년 차의 젊은 교사가 분위기에 편승한답시고 이런 말을 했다는 점은 '전교조 활동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교사'가 훨씬 더 많다는 걸 보여주는 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