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11월 11일!
    이 날자가 주는 의미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젊은 연인들은 아마도 밀레니엄 뻬뻬로 데이를 연상할는지도 모른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생일을 머리속에 그리고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무슨 날인가를 알기위해 열심히 자료를 찾을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이처럼 1자(字)가 줄지어 하루를 기록하는 날짜를 21세기에서 찾아 보려면 이날 밖에는 없다.

    그런데 이날이 우리에게는 대단히 의미있는 날이다. 제주도가 세계7대 자연경관지로 선정되느냐의 여부가 결정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자연경관지로 선정될 대상지는 제주도이지만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해 질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그래서 의미가 크다고 필자는 보고 있는 것이다.

    조선조 시대의 우리나라는 “은둔의 나라(Hermit Nation)”또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로만 알려져 있었다. 6.25직후에는 “가난한 나라”로 유명했다. 그러나 이제는 “올림픽 코리아”에서 “관광 코리아”로 까지 발돋음 하기에 이르렀다. 얼마나 대견한가? 그래서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페루의 마추핏추같은 지역을 <세계 신(新) 7대 불가사의>로 선정한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한 비영리재단(“New Seven wonders”)이 전 세계인의 투표를 통해 선정하는 국제행사다. 2007년부터 전 세계의 후보지 440곳을 선정하여 1차로 261곳을 고르고 2차로 77개로 추렸다가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28개 지역이 최종후보지로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중에서 7개지역만 세계7대경관지로 선정된다. 지금까지는 제주도가 1~2위를 다툴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28개의 최종 후보지역으로는 미국의 그랜드 캐년과 알젠틴의 이과수 폭포,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남아공의 테이블 마운틴, 아마죤과 몰디브, 인도네시아의 코모도 국립공원등이 최종적으로 각축을 벌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필자 또한 제주도가 일등으로 선정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제주도는 살아 있는 생태박물관이요 화산박물관인데다가 동굴박물관이기도 하다. 여기에 덧붙여 섬과 화산과 폭포와 해변과 동굴과 숲과 바람과 돌과 여인(해녀)이 하나의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은 아마도 세계에서 제주밖에는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원시와 현대가 돌담과 초가(草家)속에서 아주 예의바르게 나지막하게 속삭이고 있는 지역도 제주이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 않나 싶다.

    우리의 정서 속에는 “삼다도라 제주에는 아가씨도 많은데~~”하는 황금심의 노래와 “당신 생각에 부풀은 이 가슴 살짜기 살짜기~옵서예”하는 페티 김의 노래로 더더욱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고 있는 제주다.

    그러나 세계인들에게 제주의 자연을 보여주는 것 못지 않게 필자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제주의 해녀다. 해녀는 모르긴 하되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닌가 한다. 삶의 고단함만으로만 본다면 당연히 해녀의 존재가 부담스럽지만 그 특수한 신체적 특질과 자질을 현대인들에게 접목시킬 수만 있다면 제주도에 <해녀학교>를 세워 봄직도 한 연구사업이라 할 것이다.

    전 세계의 다이버애호가나 지망생들을 향해 우리 해녀의 그 불가사의한 잠수능력을 가르쳐 주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그 학교는 세계유일의 학교가 될 것이다.

    2011년 11월 11일. 바로 그날에 관광도 하고 체험 학습도 할 수 있는 세계7대자연 경관지역으로 선정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중위(전 환경부 장관. 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