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 금지 서약한 여야 의원만 40여명···자신의 야욕 위해 우리를 이용하나?”
  • ▲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두손을 모으고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두손을 모으고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안팎으로 치이고 있는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참다 못해 한 마디 했다.

    “비겁하다. 몸싸움 하지 않겠다고 서약한 여야 의원들만 40여명인데 어떻게 그걸 거꾸로 이용하나. 손학규 대표는 반성하라. 일국의 지도자를 꿈꾸는 분이 뒤에 숨어서 원내대표를 조종하고 있다. 약속도 안지키는 정동영 의원은 일말의 양심이 있는지 눈을 쳐다보지 못한다. 반성하라. 정치적 지도자? 포기하라.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꿈은 당장 깨라.”

    한나라당 내부에선 남 위원장에게 한-미 FTA 강행처리를 요구하고 있고, 야당은 남 위원장을 아예 ‘매국노-이완용’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과 민노당 등 야권이 사흘째 ‘육탄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 ‘합의원칙’을 지키려는 남 위원장이 폭발하고 말았다.

    남 위원장은 3일 오후 국회 외통위원장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지연에 대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책임을 거론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이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하면서까지 민노당과 (국회의원석) 몇 자리를 더 얻어보려 한다면 국가지도자가 되는 꿈을 당장 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직접 물리력을 행사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일국의 대통령 후보였던 분인데 이해할 수 없다.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조항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남 위원장은 “당시 (정 최고위원은) 서비스 및 공공 분야 몇가지 우려를 제외하고 조건부 찬성 가능 의견을 내놓았고, 그 우려는 한-미 FTA 체결 당시 다 제거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몰랐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며, ‘왜 약속을 안지키느냐’는 질문에 일말의 가책이 있는지 제 눈을 잘 못쳐다봤다”고 질타했다.

    그는 “어제(2일) 외통위 회의를 산회하면서 3일 본회의까지 처리하지 않겠다고 했고 야당이 회의장 점거를 풀기로 했는데, 그 약속은 또 휴짓조각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민노당의 후안무치하고 표리부동한 행위를 규탄하며, 지금이라도 불법 점거사태를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 ▲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2일 오후 국회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여야 의원들의 대치 끝에 전체회의 산회를 선언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2일 오후 국회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여야 의원들의 대치 끝에 전체회의 산회를 선언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리력 저지에 나선 민노당에 대해선 “한-미 군사동맹을 없애라는 게 민노당 강령이다. 몸으로 막으려는 민노당과 대화하지 않을 것이며 경위를 쓰러뜨리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민노당 김선동 의원을 오늘부터 국회 외통위원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남 위원장은 “본회의가 끝나더라도 오늘 안에는 외통위를 열지 않겠다. 물리적 충돌없는 국회 통과를 원하므로 조금 더 대화하고 참겠다”고 했다.

    앞서 남 위원장은 당초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할 예정이었으나, 정동영 최고위원과 민노당 이정희 대표가 소회의실 입구를 가로막고 있어 외통위원장실로 장소를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남 위원장과 정 최고위원, 이 대표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야당은 오늘로 3일째 국회 외통위를 점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