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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반값등록금 서두르는 까닭은?

입력 2011-11-03 11:22 수정 2011-11-03 14:19

2009년 4월 진보 성향의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취임하고 1년 2개월 뒤 치러진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추풍낙엽처럼 스러져갔다.

김 교육감이 슬그머니 내민 무상급식이라는 정책은 다음해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퍼져나갔고 여론이 절정에 달했던 6월 치러진 선거에서 야권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무상급식을 제1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 민심에 반응하지 못했던 한나라당 후보들은 눈물을 삼켜야 했고 주인공으로 등극한 좌파 진영의 무상급식 돌풍은 이듬해 한나라당 서울시장 마저 갈아치우는 뜻밖의 수확(?)까지 얻었다.

모든 것이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진보 집권을 위한 좌파들의 무상복지 포퓰리즘 꼼수에 한나라당은 꼭두각시 역할만 하다 민심만 잃어갔다. 당론은 모아지지 않았고, 뒤늦게 복지를 내세운 쪽과 여전히 성장을 고집하는 측과의 분란으로 자중지란만 자초했다.

똑같은 무상복지 포퓰리즘 꼼수가 이번에는 서울시에서 시작되고 있다. 무상급식 효과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번에는 반값 등록금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좌파 집권을 노리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시립대에 182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반값 등록금을 실현키로 한 것이다. 내년부터 서울시 예산이 지원되면 시립대 한 학기 등록금은 238만원(올해)에서 119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복지 포퓰리즘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좌파 진영이 마련한 내년 총선과 대선용 2차 꼼수인 셈이다. 실제로 선거운동 당시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을 2013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던 박 시장은 취임 직후 이를 앞당겨 내년부터 당장 추진하겠다고 계획을 급히 앞당겼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초 공약보다 1년 더 빠른 내년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을 시행키로 했다. 이에 대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 집권을 위한 초석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 뉴데일리

무상급식이 지방선거를 대비한 지자체를 압박하는 수단이었다면 반값 등록금은 중앙정부가 타깃이다. 내년 2월 서울시립대 등록금만 크게 인하되면 사립대 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게 되고, 이는 결국 현 정부의 무능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면에는 '반값'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썼지만, 사실 서울시 입장에서 시립대 반값 등록금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서울시 부담액(30%)이 연간 863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182억원은 가용재원 내에서 충분히 확보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오세훈 시장도 시립대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다 교내외 형평성 논란을 우려해 중단한 적이 있다.

적은 비용을 들였지만, 효과는 '만점'이다. 이미 ‘박원순의 서울시는 하는데, 왜 MB정부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지 못하나’라는 정권 심판론이 확산되고 있고 이 같은 분위기는 충분히 달궈진 상태다.

서울시립대 등록금 인하가 보도된 3일 ‘서울시립대’는 각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종민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은 “드디어 등록금 고지서 100만원대를 찍게 됐다. 눈물이 난다.서울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고 트윗을 올렸다.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 시장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40대 유권자들이 박 시장을 지지한 이유도 ‘반값 등록금’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한쪽에서는 복지론에 열을 올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다.

고민만 하고 있는 사이 칼자루마저 이제 취임 1주일 된 박 시장과 좌파들에게로 넘어갔다. 시립대 한 학기 등록금이 100만원 초반대를 찍은 이상 이제 와서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은 원래 우리가 원조”라고 외쳐봐야 유권자들이 믿어줄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주민투표에 사퇴마저 불사했던 오세훈 전 시장을 쫒자니 이미 한번 호되게 겪은 2040 민심이 두렵다.

서울지역 한나라당 한 국회의원은 “어떤 방식으로든 반값 등록금 문제는 결과를 내놨어야 하는 문제다. 현 정부가 집권 4년 동안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지 않았는가”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 국회의원은 “등록금 납부 시기는 내년 2월말이고 총선은 4월이다. 지난 지방선거처럼 야권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반값 등록금을 외친다면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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