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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은 시민 여러분의 것이다.”
박원순(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선자는 27일 0시40분쯤 서울 시청광장에서 “시민 누구나 마음껏 주장하고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약속했다. 당선 확정 소식을 들은 뒤 가장 처음 밝힌 공식 발언이었다.
그동안 서울시에 신고 절차만으로도 행사 또는 집회, 시위를 위해 시청광장을 이용할 수 있었던 반면, 광화문 광장은 서울시 광장조례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했다. 박 당선자의 이날 발언은 앞으로 광화문ㆍ서울 광장 모두 특별한 절차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광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실제로 박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이 같은 의지를 밝혀왔다.
그는 또 “서울시장으로서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시민들이 보내준 지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여러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박원순 당선자는 이날 서울시 보궐선거에서 2,158,476표(53.40%)를 득표해 1,867,880표(46.21%)를 얻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누르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다음은 박 당선자의 당선소감 전문이다.
제가 이번 선거에 나서면서 꿈꾸었던 것이 있었다. 깨끗한 선거를 통해서 서울시장이 되겠는 것이었다.
그러나 간단치가 않았다.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았다. 결국 진실이 거짓을 이긴 것이다. 시민이 이겼다. 우리 모두가 이겼다. 저는 이번 선거를 통해서 너무나 행복했다.
우리는 앞에 계신 야권 정치 지도자들과 한마음이 돼 이겼다. 서로 다른 차이를 넘어서 이명박 정부, 오세훈 前시장의 지난 실정을 우리가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서울을 만들겠다는 하나의 꿈으로 우리는 하나가 됐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당원 모두가 마치 자기 선거인 것처럼 신발이 달도록 뛰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자기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데 흥이 났겠는가? 그런데도 새벽부터 밤늦도록 서울 곳곳을 함께 뛰어준 손학규 대표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박영선 후보도 비록 한때는 경쟁을 했지만 경선 결과에 따라 우리는 하나가 돼 승리를 함께 만들어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의 연설이 없었다면 이번 선거에서 이기지 못했을 거다. 유시민 대표의 지략과 지혜, 좋은 연설이 큰 힘이 됐다.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하고 있지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도 함께했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에게도 박수 한 번 달라. 우리는 이렇게 하나가 돼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연대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민 여러분이 이번 선거에 주인공이다. 나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시민 여러분은 단 3일 만에 이번 선거에 필요한 39억원의 돈을 마련해줬다. 어떻게 저에게 돈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시민 여러분이 바로 돈입니다.
제가 조직이 없을 때, 없다고 말할 때 여러분은 유모차 부대를 끌고 왔다. 여러분이 저의 조직인 것이다. 또 여러 언론들이 저를 공격해왔다. 그때도 여러분들은 미디어가 돼 나를 지켜줬다. 세상에 가장 강력한 언론은 바로 여러분들이다.
저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번 선거에 나섰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정치,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과거 성장주의 시대의 토건행정이 아닌 사람 중심의, 인간의 존엄성이 살아있는 그런 새로운 시대를 열고 싶어 출마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통행정이 아닌 시민 여러분과의 소통을 통해 서울시를 이끌어가고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 저는 서울시민 여러분 곁으로 다가가 여러분의 말을 듣고 공감하며 여러분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시장이 될 것이다.
저는 서울 시장이라는 자리가 본인의 어떤 대권욕심이나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라 시민여러분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는 그런 자리로 만들겠다. 저는 용산참사와 같은 이런 잔혹한 일이 서울 땅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우리의 고귀한 땅과 주택이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고귀한 것으로 만들겠다. 저는 서울이라는 이 땅에서 굶는 아이들과 어르신들, 단전과 단수 되는 가구가 없도록 하겠다.
헌법에 보장된 인간적 존엄성, 삶의 질,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저는 이미 약속했다. 내일 아침 전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시청에 출근할 것이다. 선거철에 잠시 서민 흉내를 내며 지하철을 잠깐 타보고 재래시장을 가보는 그런 시장이 아닌 서민의 아픔을 위로하는 시장이 되겠다.
서울시장으로서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예산이 부족할 수도 있다. 또 저를 반대하는 세력도 있을 수 있고 장애물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보내주신 지지와 마찬가지로 제가 서울 시정을 펼치는 데 여러분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계속 도와줄 것인가?
저도 여러분에게 선물을 하나를 주고자 한다. 서울광장은 앞으로 시민여러분의 것이다. 저는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이 결코 누구의 허가에 의해서가 아닌 누구나 나와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는, 마음껏 주장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만들겠다.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만발할 수 있도록 기초를 만들겠다. 저는 물론 오늘 계신 여러분의 지지로 당선이 됐으나,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시민들조차 존중하고 그분들의 뜻을 받아드리겠다.
서울시민들이 실제로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시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무엇보다 시민여러분이 시장인 그런 시대를 열겠다. 저 혼자는 어렵다. 그러나 저의 뒤에서, 앞에서 이번 선거를 이끌어준 야권의 지도자들과 함께, 시민들과 함께라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시민여러분과 함께 지난 4년 동안 이명박 정부가 후퇴시킨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창조와 혁신을 이 땅에 뿌리박아 복지가 시민들의 삶을 보듬을 수 있는 서울을 만들 것이다. 앞으로도,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늘 만나고 여러분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지속적 관계를 만들겠다. ‘내일 저는 서울 시청으로 출근합니다. 여러분의 시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