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닷새간 공휴일 지정
  • ▲ 태국 방콕 북쪽의 빠툼타니주 랑싯 주민들이 홍수로 물에 잠긴 거리를 힘겹게 헤처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 태국 방콕 북쪽의 빠툼타니주 랑싯 주민들이 홍수로 물에 잠긴 거리를 힘겹게 헤처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태국 정치·경제의 중심지인 방콕이 상류지역에서 유입되고 있는 대규모의 강물로 도심까지 침수될 위기에 처했다.

    방콕 전역이 물에 잠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지인과 외국인들이 홍수 피해가 없는 파타야 등으로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홍수구호지휘센터(FROC)의 쁘라차 쁘롬녹 법무부 장관은 26일 "방콕 북부에서 처리가 불가능할 정도의 강물이 내려오고 있다"며 "방콕 전역이 침수될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잉락 친나왓 총리도 "상류지역에서 대규모의 강물이 흘러 내려오고 있어 방콕 외곽의 홍수 방지벽이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방콕 전역이 침수될 가능성이 50%에 달한다"고 말했다.

    잉락 총리는 그동안 방콕을 가로지르는 차오프라야강 인근과 방콕 외곽의 침수 가능성은 계속 경고해왔으나 도심 침수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쑤쿰판 방콕 주지사는 "차오프라야강의 수위가 25일 위험 수위인 2.35∼2.4m에 달했다"면서 "바닷물 만조 때인 주말에는 차오프라야강 수위가 홍수 방지벽(2.5m)보다 높은 2.6m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홍수 전문가인 로욘 박사는 "방콕으로 유입되는 강물은 60억 세제곱미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방콕은 1일 4억 세제곱미터의 강물만 바다로 배출할 수 있다"며 "모든 물을 바다로 배출하는데 3∼4주가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콕 북부와 동부, 서부 지역에서는 이미 침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북부의 돈므앙, 락시 지역을 비롯해 차오프라야강 인근은 침수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방콕 북부의 돈므앙 공항은 활주로가 침수되면서 25일 오후 부터 폐쇄됐다. 돈므앙 공항은 하루 100여편의 비행기가 이용하는 태국 최대의 국내선 공항이다. 국제 공항인 쑤완나품 공항은 아직까지 정상 운영되고 있다.

    방콕내의 저지대 등 침수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주유소와 은행 지점, 편의점 등 각종 편의 시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정부는 만조 때인 28∼31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시민들이 홍수 피해에 대처할 수 있도록 27일부터 5일 간을 공휴일로 선포했다.

    방콕 전역이 침수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 기업 주재원과 교민, 외국인들이 방콕을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임시 휴일로 선포된 27일부터는 본격적인 탈출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주재원과 가족들이 주로 대피하고 있는 파타야는 벌써부터 숙소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은 지난 7월25일부터 중·북부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대규모 홍수로 373명이 숨졌고, 피해 규모가 최대 5천억바트(18조3천3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 태국 방콕 북쪽의 빠툼타니주 랑싯 주민들이 홍수로 물에 잠긴 거리를 힘겹게 헤처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