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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오후 8시, 출구조사 결과 발표 이후 홍준표 대표와 당직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고경수 기자
한나라당이 또 다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의해 침몰했다.
벌써 세 번째다.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4.27 재보궐선거와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3연타석 삼진아웃이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야권에게 한나라당은 3회 연속 ‘K.O패’로 무릎을 꿇었다.한나라당의 SNS 전략 부재다. 벌써 두 차례나 당했으면서도 반성은 없었다. 아무런 대응 없이 두손, 두발 놓고 있던 한나라당의 패배는 예상된 결과다.
한나라당에게 지난해 6.2 지방선거와 4.27 재보궐선거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SNS 미디어 정치’의 실험 무대였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그리고 6달만에 돌아온 선거전에서 한나라당은 학습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또 다시 ‘SNS 패배’를 인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 SNS 패배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SNS 특보로 활동한 이학만 부대변인의 말은 새겨 들을만 하다.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SNS 전략을 수립하던 중 갑작스런 선거를 맞아 당황한 점은 사실이지만 당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대변인은 가장 큰 문제로 ‘트위터를 비롯한 SNS 소통 단절’을 꼽았다.
그는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의 자발적 SNS 참여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SNS 사용하는 이들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 캠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나경원 후보 캠프 내 소수 참모에 의해 추진된 SNS 전략 대응도 사실상 실패작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부대변인은 그 이유로 “좌파 시민단체와 야3당을 대적할만한 여당 내 SNS 논객이 없는 상황에서 허공에 외치듯 누군가에게 자발적 SNS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을 측면 지원할 시민단체 논객 및 외부전문가 연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SNS 전담팀 구성은 ‘강 건너 불 구경’이었다는 얘기다.
반면 야권에서는 선거 중반 이후 조국, 공지영, 안철수 등 저명 인사로 구성된 ‘SNS 멘토단’이 등장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한나라당이 야권 논객들에게 SNS 미디어의 주도권을 뺐긴 것이다.
이후 한나라당은 부랴부랴 SNS 관련 팀을 만들었다. 하지만 버스는 이미 떠난 상황이다. ‘나경원 가짜 트위터’가 등장하는 등 대처 미비로 인해 곤혹스런 상황은 연속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박원순 후보 측에서 예정된 방송 토론 불참을 선언했다. ‘검증시기 조절’ 실패로 “모든 토론 불참”이라는 박 후보측 ‘악수(惡手)’에 부닥쳐야 했다.
한나라당은 상대 후보가 합의하지 않으면 토론을 진행할 수 없다는 약점을 미리 예측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후 SNS 미디어의 중요성은 급속도로 커졌다. 반면 나경원 후보 측의 미디어전략은 급격하게 힘을 잃었다.
결국 ‘다이아몬드 반지’, ‘1억원 피부시술’ 등 박 후보측 SNS 공격에 제대로 된 '백신'을 돌릴 수가 없었다. SNS 공격이 한차례 휩쓸고 간 뒤에야 사태를 파악했지만 때는 늦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SNS에서 확산된 이후, TV토론에서 주도권을 잡은 나경원 후보 측의 미디어전략은 공세에서 수세로 돌아섰다.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
이학만 부대변인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한나라당에 남긴 교훈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는 ‘SNS 홍보 미디어전략’은 전문가에 의한 계획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부대변인은 “다(多)매체의 세부적 위기관리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한나라당은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캠프 내 모니터 및 관리팀 조직과 외부 SNS 자발조직이 상호 소통을 원활히 해야 한다는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스마트폰 대중화와 SNS 보급에 따른 미디어 정치의 속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12년 총선에서는 야권 SNS 논객들의 정치참여가 더욱 빠르고 적극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 부대변인은 이러한 야권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선 당내외 소통을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SNS 소통 단절은 친이-친박 계파갈등보다 더욱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총선은 각 지역별로 세밀히 이뤄지는 만큼 한나라당 내에선 SNS 대응책의 실패 원인에 대한 성의있는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선거는 돈과 조직으로 한다’는 말이 있지만 지금의 선거는 캠프 참모의 지략이 아닌 ‘민심’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대해 당은 국민이 원하는 정치로 발빠르게 변모해야 한다는 교훈을 뼈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