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씨에게 ‘후보 사퇴’의 ‘아름다운’ 결단을 기대한다 

    李東馥    
      
     박원순 씨에게 ‘후보 사퇴’의 ‘아름다운’ 결단을 기대한다. 
     10.26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투표일이 한 주일 남짓 남겨진 시점에서 한 가지 분명해 지고 있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그 동안 “아름다움”이라는 용어를 사실상 자신의 트레이드마크화 하여 거의 독점 배타적으로 사용해 온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양파 껍질을 연상시키는 실체가 사실은 “아름다움”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있어 온 공직자 선거에서 후보의 신상에 관하여 박원순 후보만큼 의혹을 양산(量産)한 경우는 전례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많은 의혹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인즉, 이 같이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박원순 후보측의 대응이 보다 큰 문제다. 그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가지 수가 늘어나고 있는 이들 의혹에 대하여 박원순 후보는 그 어느 한 가지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유권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과 내용으로 소명(疎明)하는 일이 없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와의 TV 대담에서도 그랬지만 매일처럼 언론들이 고구마의 넝쿨처럼 줄줄이 들추어내는 그의 신상에 관한 의혹들에 대한 박원순 후보 자신과 박원순 캠프의 대응은 획일적이다. 덮어놓고 “네가티브 공세”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박원순 후보측의 대응은 부당하기 짝이 없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네가티브 공세”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박원순 후보가 그에 앞서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먼저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당사자 자신이 진솔하게 소명하고 객관적 검증을 통해 이 같은 소명 내용의 진위가 가려지도록 해야 한다. 박원순 후보가 ‘네가티브’를 운위하는 것은 그 같은 소명과 검증을 통하여 제기된 의혹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을 경우에 한하여 가능해 지는 것이다.
     
     그러나, 박원순 후보가 실제로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이 같은 사리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그는 TV 대담에서 상대편 나경원 후보가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서는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인 동문서답(東問西答)으로 물 타기를 시도하다가 상대편이 “답변을 하라”고 독촉하면 “답변을 방해한다”고 오히려 역정을 내는 장면을 반복하여 연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신상에 관하여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서는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아무런 객관적 반증 자료의 제시도 없어 덮어 놓고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사실무근”이라는 주장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렇게 불성실한 자세를 가지고 그는 과연 서울시 유권자들을 끝까지 기만할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대답은 언론들이 실시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통하여 제시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박원순 후보 지지율의 하강세와 나경원 후보 지지율의 상승세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서울시민의 정서 변화에 대해 박원순 후보 캠프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안철수 징발’론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른 문제가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폭풍’이 불었던 것은 이 나라 정치문화의 ‘불투명성’과 ‘구태의연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불만과 불신이 폭발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박원순 후보가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에 보여주고 있는 행적은 그가 그 같은 ‘불투명성’ 및 ‘구태의연성’을 극복할 수 있는 정치문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재목이 아니라는 사실을 웅변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안철수가 과연 무엇을 명분으로 하여 “박원순 구하기”에 징발될 수 있을 것이며, 또 만의 하나 징발된다 해도 과연 그가 “박원순 구하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제 투표일을 한 주일 남짓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박원순 후보가 과연 그가 그의 전매특허품화 했던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살리고 가식성(假飾性)을 덜어낼 생각이 있다면 그에게 한 가지 택할 수 있는 선택이 있다. 후보직을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다. 박원순 후보에게 마지막으로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아름다운” 결단을 기대해 본다. (조갑제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