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식엔 고급 유료급식, 남의 자식엔 싸구려 무상급식?
  • 박영선 아들, 국적 아닌 외국인학교가 문제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면 서울시장 자격 상실할 것
      
    변희재
     
    지난 24일부터 주간 미디어워치와 빅뉴스에서는 박원순 후보 부인의 인테리어사업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박영선 후보의 이중국적 아들의 초호화 외국인학교 졸업 문제를 다루었다. 이 건은 의혹제기에 대해 후보자 캠프 측에서 해명을 해주지 않으면, 더 이상의 취재는 불가능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이 두 후보는 적극적으로 사실확인을 해주지 않았기에 미흡한 상황에서 기사를 내보냈고, 그 이후 소극적인 해명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애초에 문제를 제기했던 취지가 왜곡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들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평소 서민을 강조해오면서, 자신들은 초호화생활을 하며, 대기업으로터 공사권을 따내는 등, 특권층의 행태를 그대로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이들을 옹호하는 측은 “그렇다면 서울시장은 노숙자가 해야 하느냐”, “시민운동가는 다 가난해야 하느냐”, “엄마가 자식교육에 투자하는 게 뭐가 문제냐”라는 논리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워치와 빅뉴스에서 이러한 의혹을 제기한 데에는 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있었다.

    이 글에서는 먼저 박영선 후보 관련해서만 다루겠다. 박영선 후보는 소통령이라 불리는 수도서울의 시장 후보로 나섰다. 그렇다면 누구보다도 대한민국과 수도서울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시장 후보로 나선 이후 갑자기 해야될 일이 아니라, 평소부터 이러한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하고 이를 입증해야 하는 사안이다. 물론 이는 박원순 후보나 나경원 후보에게도 같은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아들의 미국국적은 자연적 선택, 외국인학교 입학은 특권층 부모의 인위적 선택

    그 점에서 '박영선 후보의 남편과 아들이 미국국적자'라는 의혹을 경쟁자였던 천정배 의원이 처음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박영선 후보의 해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수도 서울을 사랑한다 해서 무조건 서울시민하고 결혼해야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미국국적자와 결혼했으니, 아들 역시 자연적으로 미국 국적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그 아들을 초호화판 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다면 이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박영선 후보의 아들은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태어났다. 박후보와 그의 남편 역시 한국에서 거주해왔다. 국적만 미국일 뿐이지, 태생적으로 여느 한국인이나 서울시민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영선 후보가 3살과정부터 시작되는 등록금 3천만원 수준의 서울외국인학교에 자신의 아들을 입학시켰다면, 이는 아들의 선택이 아니라, 박영선 후보의 선택에 의해 아들이 미국인의 삶을 살도록 계획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박영선 후보가 국적 문제를 해명할 때 내세웠던 논리였던,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특권층 부모의 인위적인 선택이란 말이다.

    박영선 후보는 이에 대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미국에서 오래 살았고, 시어머니가 데려다 키웠다. 한국 학교에 넣었지만 적응을 잘하지 못해 외국인 학교로 보냈다”고 해명했다. 두 부모가 한국에 거주하고 있고, 특히 어머니는 한국에서 기자와 국회의원 생활을 하고 있는데, 대체 왜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미국의 시어머니 밑에서 자라게 되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다.

    그러나, 이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박영선 후보는 애초에 자신의 아들을 대한민국의 서울시민으로 키울 생각이 없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부모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아이를 태어나자마자 미국에 거주토록 하여 서울의 한국인학교에서조차 적응할 수 없도록 키웠다는 것 자체가 그 방증이 된다.

    무조건 자식들이 미국 시민권자라고 문제삼는 게 아니다. 다른 경우로는 김경재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사례가 있다. 김경재 전 의원은 박정희 정권 시절 미국으로 망명하여, 자녀들 세 명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다. 김경재 전 의원은 민주화 운동을 하고, 부인은 그야말로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돈을 벌었다. 그러다보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외국인 유모를 고용하면서, 자녀들이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현재 이 세 명 모두 미국 국적자이고, 미국에서 거주하며, 한국에서 돌아와 살 가능성이 없다. 이와 관련 김경재 전 최고위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하여 자녀들의 미국 국적에 대해 그 누가 비판할 수 있겠는가.

    박영선 후보에게 보내는 따가운 시선은, 정황 상, 충분히 한국인으로 키울 수 있는 아이를, 너무 어렸을 때부터 미국인으로 키우겠다는, 일종의 특권층의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박영선, 서울의 어린이들에게 “서울시민으로서 미래를 설계하라” 말할 수 있나

    박영선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의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우리 대한민국과 서울에서 너희들의 미래를 설계해보라”고 이야기해야할 상황은 수도없이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때 누군가 “왜 당신의 아들은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서울시민이 아닌 미국인으로 키우려 했나요?”라고 따져 물으면 대체 뭐라고 답할 거냐는 말이다.

    박영선 후보는 이러한 문제를 염두에 두었는지, 자신의 아들이 18세가 되면 미국국적을 버리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그러나 이것도 문제가 된다. 박영선 후보의 아들이 초등학교부터 외국인학교를 다녔고, 현재는 일본에서 또 다른 외국인학교를 다니고 있다면, 처음부터 외국인으로 살도록 삶이 설계되었다고 봐야 한다. 박영선 후보 역시 “그때는 내가 정치를 하기 전”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즉, 정치를 하기 전에는 미국인으로 아들을 키우다가, 자신이 정치를 시작했으므로, 이를 뒤집어 다시 한국인으로 키우겠다면, 그 아이의 정체성과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물론 이것이야 박영선 후보와 남편의 몫이나, 제 3자가 볼 때도 올바르지는 않다는 것이다. 신재민 차관의 경우 위장전입 문제로 국회 청문회에서 비판이 쏟아지며, 이를 해명하다가 박영선 후보가 소속된 민주당으로부터 “장관 자리에 대한 욕심으로 딸을 파는 비정한 아버지”라는 듣지 못할 소리까지 들었다. 박영선 후보도 이와 마찬가지의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영선 후보 아들의 외국인학교 졸업 문제는, 기껏해야, 대기업으로부터 돈 좀 받고, 부인 사업을 밀어준 정도의 의혹을 받고 있는 박원순 후보의 건과는 차원적으로 다르다. 대충 “12살 아이를 왜 건드리느냐”고 넘어갈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박영선 후보가 서울에서 자라나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의 미래와 비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즉 대한민국과 서울의 미래를 바라보는 인식의 바로미터가 된다. 서울의 비전과 미래가 있다고 본다면, 굳이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를 외국인학교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고, 서울의 비전보다는 뉴욕이나 LA의 비전이 더 높다고 보면, 가급적 외국인학교로 보내 미국인으로 키웠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적 선택론이다. 서울외국인학교의 설립 목적은 학생들에게 서구인들의 삶과 문화를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박영선 후보의 판단은 그 중간 어디쯤 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아들에게는 서양식 유상급식, 남의 아이에게는 1800원짜리 무상급식

    이보다는 약간 작은 문제이지만, 무상급식 문제도 그냥 넘어가기는 어렵다. 서울외국인학교의 급식은 최고급 수준의 제이제이케터링이 담당한다. 완전한 서양식으로 서구인의 입맛에 맞도록 특화시켰다. 사진으로 보면 최소 끼 당 1만원 이상은 족히 넘어가 보인다.

    박영선 후보는 최근 선거운동을 하면서, 무상급식 현장에 나가 아이들에게 배식을 해주었다. 1800원짜리 급식이다. 자신의 아들에게는 만원 이상의 초호화 서양식 유상급식을 먹여놓고, 남의 아이들에게는 “1800원짜리 무상급식을 먹는 것이 보편적 복지와 교육에 더 좋다”고 설명하면, 학부모들이 어떻게 납득하겠는가.

    이러한 모든 문제에 대해 박영선 후보는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솔직히 답변을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서울시장에 당선이 되더라도, 계속 발목을 잡아 박후보가 꿈꾸는 시정 설계에 막대한 차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영선 후보가 이를 피해간다거나, 제대로 해명을 하지 못하면, 엄밀히 말해 최소한 서울시장 후보로서는 자격을 상실할 만한 중요한 사안이라 판단하게 된 것이다.
    (미디어워치 대표 / 빅뉴스 게재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