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교육감 조합...‘우-우’ ‘우-좌’ ‘좌-우’ ‘좌-좌’
  • ▲ 사진 = 지난달 29일 개학을 한 서울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급식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 = 지난달 29일 개학을 한 서울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급식이 진행되고 있다.

    표류하는 ‘무상급식’, 도착점은 어디인가?
    지난달 24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생명을 건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개표도 못해 보고 무산됐다. 오 시장은 투표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난 26일 결국 사퇴했다. 주민투표 무산 직후 곽노현 교육감이 추진했던 전면 무상급식 확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큰 변수가 생겼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감 후보 사퇴 대가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지난 10일 구속 수감된 것이다. 무상급식 추진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서울시장과 교육감이 모두 자리를 비운 셈이다.
     
    그러나 무상급식 논쟁은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오는 10월 26일 치러질 보궐 선거에서 누가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양상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오 전 시장은 물론 곽 교육감이 그렸던 무상급식의 밑그림도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시장만 변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곽 교육감의 사직여부와 그 시점도 또 다른 변수이다. 곽 교육감이 이 달 안에 사직한다면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10월 26일 함께 실시된다. 곽 교육감이 사퇴하지 않거나 10월 이후 사퇴한다면 서울시교육감 보권선거는 내년 4월 총선과 함께 치러진다.
     
    곽 교육감의 구속 이후 그의 사직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만약 곽 교육감이 이 달 중 사직해 다음 달 26일 서울시장과 교육감을 모두 새로 뽑는다면 서울교육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새로 선출되는 시장과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그 모습은 전혀 다른 양상을 띨 전망이다. 시장과 교육감 모두 같은 진영 후보가 당선된다면 현재와 같은 불협화음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좌파시장과 우파교육감과 같은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

    다음 달 26일 서울시장과 교육감을 모두 새로 뽑는다는 전제하에 예상되는 ‘경우의 수’를 짚어본다. 

  • ▲ 사진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이임식 도중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 사진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이임식 도중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 ▲ 사진 = 교육감 후보 사퇴 대가로 2억원를 건넨 혐의로 구속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지난 10일 새벽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사진 = 교육감 후보 사퇴 대가로 2억원를 건넨 혐의로 구속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지난 10일 새벽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좌파 시장-우파 교육감’…‘초ㆍ중ㆍ고 무상급식 100km/h’

    만약 오는 10월 26일 보궐 선거에서 좌파 성향의 시장과 우파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된다면 무상급식은 지금보다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교육청이 반기를 들더라도 서울시와 시의회의 주도로 무상급식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시의회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이들 대부분이 초ㆍ중ㆍ고 전면 무상급식 추진에 찬성하고 있어 교육청의 의사와 관계없이 서울시는 자체 예산만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새로온 우파 교육감이 현재 서울시교육청 예산으로 추진되고 있는 초등 1~3학년 무상급식 예산을 없앤다고 해도 서울시와 시의회가 이 돈을 부담하거나 오히려 무상급식 예산을 더 확대한다면 무상급식은 지금보다 더 빠르게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우파 시장-좌파 교육감’…‘초ㆍ중ㆍ고 무상급식 50km/h’

    우파 시장과 좌파 교육감이 선출된다면 오 시장과 곽 교육감이 그동안 벌여왔던 ‘무상급식’ 논쟁은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무상급식은 지금처럼 교육청 주도로 ‘3+1’ 체제를 유지하다가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지역 전면 무상급식은 시교육청의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서울지역의 무상급식은 초등 3학년까지는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서울 전지역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초등 4학년은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있는 21개 구에서 별도의 예산을 지원받아 실시되고 있다.

    ‘우파 시장-우파 교육감’…‘무상급식 전면 재검토’

    시장과 교육감이 모두 우파 쪽에서 당선될 경우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실시’한다는 오 전 시장의 안(案)이 다시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서울시의회와의 힘겨루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서울시의회가 의결한 ‘서울시 무상급식 지원조례’의 유ㆍ무효를 따지는 소송이 변수가 된다. 서울시는 시의회를 상대로 무상급식 지원 조례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 현재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이 조례가 서울시장을 학교 급식의 실질적 운영 주체로 규정해 법령상 교육감이 부담해야 할 책임을 서울시장에게 강제로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급식경비 지원에 관한 서울시장의 재량권과 예산편성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논리다.
     
    우파시장이 당선되고 위 소송에서 서울시가 승소하면 서울교육청이 추진한 전면무상급식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우파시장이 당선되더라도 서울시가 패소한다면 서울시는 시의회가 의결한 대로 초등5, 6학년 전면 무상급식 예산을 시교육청에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우파교육감이 기존 교육청의 무상급식 정책을 포기한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우파 시장 및 교육감과 서울시의회가 새로운 갈등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좌파 시장-좌파 교육감’…‘날개 단 전면 무상급식’

    좌파 성향의 시장과 교육감이 함께 당선된다면 전면 무상급식은 아무 제약 없이 속도를 낼 수 있다. 특히 서울시의회의 힘까지 얻을 수 있어 당초 곽 교육감의 안보다 더 빠른 시일안에 전면 무상급식을 정착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무상급식 조례 무효확인 소송역시 서울시의 소 취하로 싱겁게 마무리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