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설 나오자 여론조사 1위, 시장직 수행 자신있다 하다가 다음날 불출마왜 마음 바뀌었나··· 가족 반대 영향인가, 대중 반응 확인 후 목표 수정인가
  • “잘 짜인 정치 시나리오를 보는 것 같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소동은 어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현재 정치권에선 안 원장의 출마설이 본격화 된 1일부터 6일 불출마 선언까지 연출과 각본이 적절했다는 말이 나온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그의 출마설이 처음 불거진 것은 1일 밤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서였다. 그날 밤 안철수연구소가 '본인의 의사가 아니다'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1시간 만에 삭제하면서 관심은 폭증했다.

    이튿날인 2일 안 원장은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 참석해 “(서울시장 출마문제를) 결정하게 되면 직접 말할 것” “서울시장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며 출마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서울시장 선거 뒤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왔다.

    4일 안 원장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와의 3자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오자 정치권은 경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 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은 이번 서울시장 보선을 통해 응징을 당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반(反)한나라당'임을 밝히면서 반전(反轉)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원순 변호사를 밀어 드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한 것이다.

    안 원장은 6일 박 변호사와 가진 공동회견에서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후보 단일화의 배경을 설명했지만 이런 설명만으로는 안 원장의 결정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안 원장은 전날까지도 “나는 정치만 한 분, 변호사 하다가 시정(市政)하는 분에 비하면 실력 차이가 하늘과 땅”이라고 시장직 수행에 자신감을 나타냈었다. 안 원장의 측근 인사는 “부인 김미경 교수와 부친이 그의 정치 참여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6월 KAIST 석좌교수에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석 달밖에 안 된 상황에서 정치 참여를 위해 교수직을 던지기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일각에선 그가 자신에 대한 대중의 폭발적 반응을 확인하고 차기 대선 출마로 목표를 수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안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전 집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한나라당이 건전한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면 지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불과 이틀 전에 “한나라당은 응징을 당해야 한다”고 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이러한 기록으로 미뤄볼 때 여의도에선 “안 원장과 박 변호사 혹은 다른 제3자가 박 변호사의 출마를 밀기 위해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