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해트트릭, 아스널 입단 '자축포' 작렬7일 쿠웨이트와의 '원정 2차전'도 낙관 기대
  • ▲ 2일 경기 고양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한국-레바논전에서 지동원이 세번째 골을 성공시키자 박주영이 함께 환호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6-0으로 한국이 승리했다.
    ▲ 2일 경기 고양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한국-레바논전에서 지동원이 세번째 골을 성공시키자 박주영이 함께 환호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6-0으로 한국이 승리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입단을 확정지은 '캡틴' 박주영(26)이 2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3골을 혼자 몰아 넣으며 아스널행 자축포를 쏘아 올렸다.

    이날 경기 시작 8분 만에 득점포를 가동한 박주영은 전반 45분 헤딩골, 후반 22분 연속 골을 성공시키며 신들린 듯한 활약을 펼쳤다.

    마치 자신이 아스날 선수임을 입증이라도하듯 박주영은 경기 내내 그림 같은 장면들을 연출하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 ▲ 박주영이 2일 경기 고양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한국-레바논전에서 레바논 윤스를 제치고 뛰어올라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 박주영이 2일 경기 고양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한국-레바논전에서 레바논 윤스를 제치고 뛰어올라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박주영의 박주영을 위한 경기

    경기 직후 "선수들이 잘 따라줘 쉬운 경기를 할 수 있었다"는 박주영의 소감처럼 전반적으로 탄탄한 팀 워크가 뒷받침 된 경기였다. 그러나 박주영의 한박자 빠른 패스와 지능적인 플레이가 없었다면 재미가 반감됐을 정도로, 이날 경기는 박주영의 박주영을 위한 경기였다.

    특히 원톱 지동원과 박주영이 펼친 유기적인 플레이는 향후 한국 국가대표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제시해 준 케이스. 지동원과의 잦은 스위치 플레이로 상대팀 수비진을 교란시킨 박주영은 구자철과 기성용의 패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시키는 '킬러 본능'까지 과시하며 수훈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박주영의 폭넓은 움직임으로 공간에 여유가 생긴 한국 공격진은 3골을 추가하며 오랜만에 6-0 대승을 기록하는 값진 결과를 얻어냈다.

  • ▲ 해트트릭을 기록한 박주영이 2일 경기 고양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한국-레바논전에서 세번째 골을 터뜨리고 있다.
    ▲ 해트트릭을 기록한 박주영이 2일 경기 고양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한국-레바논전에서 세번째 골을 터뜨리고 있다.

    박주영과 더불어 해외파 멤버로 대표팀에 합류한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 지동원(20·선덜랜드), 남태희(20·발랑시엔)의 몸놀림도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 보였다.

    국내파 선수들과 매끄러운 호흡을 과시하며 레바논 진영을 휘저은 이들은 최근 승부조작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국내 축구계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여주는 듯 했다.

    오는 7일 쿠웨이트와 원정 2차전을 갖는 대표팀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밝다. 특히 1차전 대승을 일군 터라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태세다.

    이와 관련 박주영은 "원정이라는 특성상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지만 이런 경기를 한 두 번 치러 본 것도 아니고 다들 어떻게 대비해야 할 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틀림없이 멋진 경기를 보여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일본 평가전서 구긴 자존심‥레바논전 통해 회복

    지난달 10일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박주영은 시종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소속팀 모나코가 2부 리그로 강등되면서 결별을 선언한 박주영은 타 팀으로의 이적을 추진해 왔으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자연히 실전 감각이 무뎌진 박주영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다소 무거운 몸놀림을 선보이며 0-3 대패의 책임까지 떠 안았다.

    박주영과 한국 대표팀은 박지성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을 안고 출발하기도 했지만, 국내 축구계 전체가 승부조작 파문에 따른 후유증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터라 뭔가 맥이 풀린 듯한 모습으로 일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 ▲ 2일 경기 고양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한국-레바논전에서 두번째 골을 박주영이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 2일 경기 고양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한국-레바논전에서 두번째 골을 박주영이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이처럼 구심점을 잃어버린 한국 대표팀에게 박주영의 화려한 '부활'은 단비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

    박주영의 아스날 입단 소식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목표 의식을 선수들에게 불어넣었고, 실전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박주영의 플레이는 여타 선수들을 자극하는 훌륭한 촉매제가 됐다는 평가다.

    박주영 개인으로도 이번 레바논전 대승은 컨디션 상승세를 가져오는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을 해트트릭으로 시원하게 날려버린 박주영이 지금과 같은 컨디션만 유지해 준다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충분히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축구 전문가들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