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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작년 교육감 선거에서 같은 진보진영 후보였다가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지원했다고 시인함에 따라 검찰의 칼끝이 곽 교육감을 직접 겨냥하게 됐다.
곽 교육감은 '순수한 선의로' 돈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검찰 수사는 단일화 과정에서 박 교수가 후보 사퇴를 해준 데 대해 사후에 이를 보상해주는 '대가성'이 있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건넨 금품에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중 곽 교육감을 소환하는 일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한 박 교수에게 적용한 혐의도 같은 조항이다. 공직선거법 232조(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는 후보자를 사퇴하게 할 목적 등으로 이익을 제공하거나 이를 승낙한 자에 대해 7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3천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일 대가성이 인정돼 곽 교육감이 이 법으로 기소돼 재판에서 유죄를 받게 되면 최소한 벌금 500만원 이상 또는 징역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급심에서 감경되더라도 벌금 100만원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희박해 교육감직(職) 상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검찰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범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 상실로 공직을 잃게 된다.
검찰은 특히 곽 교육감 측이 처음에는 "돈이 오간 일이 없었고, 있을 수도 없었다"고 금품 전달 자체를 부인하다 이틀 만에 이를 뒤집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 교수 측과 곽 교육감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는 물론 계좌추적 등을 통해 돈을 건넨 사실을 입증할 증거자료를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품 전달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곽 교육감이 2억원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선의의 지원이었다고 대가성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연 직후 "2억 부분은 수사 중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 기자회견과 상관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반응을 내놓아 대가성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곽노현 교육감도 일단 금품 전달 사실을 검찰이 파악한 만큼 무상급식 주민투표 직후 수사가 이뤄졌다고 해서 무조건 '표적수사'로 몰아가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곽 교육감은 박 교수의 '딱한 사정'에 따른 순수한 지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가성을 추궁하는 검찰의 예봉을 피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교수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곽 교육감의 측근 K교수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곽 교육감을 더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K교수가 돈을 건넨 정황에 따라 대가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어 그의 구체적인 진술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검찰은 이달 초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수사자료 송부' 형식으로 이번 의혹을 넘겨받아 지난 24일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전까지 은밀하게 내사를 진행해왔다. 다만 선관위가 검찰에 사건을 넘긴 방식과 시점에는 의문점이 남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주민투표 전에는 공개될 경우의 파장을 의식해 보안을 유지하면서 외부 수사를 극도로 자제했다. 하지만 선거사범의 공소시효(6개월)가 임박한 상항에서 투표가 끝났으니 지체없이 수사를 하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향후 수사 추이에 따라 곽 교육감의 주장대로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검찰 수사의 동력이 급속히 약화될 수밖에 없겠지 만 반대로 대가성이 입증돼 곽 교유감에 대한 사법처리가 현실화되면 10월로 예정된 차기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향후 정치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