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은 26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후폭풍 속으로 더욱 빨려들어갔다.
특히 오세훈 시장이 이날 오전 11시 즉각 사퇴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로 하면서 당의 술렁임은 커져 가고 있다. 결국 당도 10월 보궐선거를 대응하는 정면돌파 체제로 방향을 잡아 가고 있다.
당 지도부의 수습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전부터 의원들 사이에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는 오갔다."이러다 정말 총선, 대선 다 지는 것 아니냐"는 등 주민투표 무산에 따른 위기감도 여과 없이 표출됐다.
당내 개혁파 모임인 `민본21'에 이어 일부 의원들도 이날 개별적으로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했다.
홍준표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투표율이 33.3%에 미달해 투표함을 개함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야당의 비겁한 투표방해 공작과 평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투표율은 매우 높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번 주민투표를 보면서 내년 4월 총선에서 희망을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총선이 어렵다는 당내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발언에 불과했다.
다른 최고위원들 역시 공개 석상에선 분란으로 비칠 수 있는 언급을 자제했으나 최고위원회의가 비공개로 바뀌자 보궐선거 시기를 둘러싸고 최고위원들 간에 이견이 노출됐다.
홍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등은 내년 4월 총선과 함께 보선을 치러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반면 일부 최고위원은 오세훈 시장의 사퇴시점을 일부러 늦추면 `꼼수'로 비치면서 민심이 더욱 악화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게다가 26일 최고위원회의는 취소됐다. 오 시장이 사퇴의사를 밝히기로 한 이상 이날 최고위는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
홍 대표는 즉각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오 시장의 전화를 받은 뒤 "오 시장한테 3번 농락당했다"며 크게 화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홍 대표가 당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해놓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에 대해 불쾌해했다"고 말했다. "더는 만류하는 것은 무의미해 10월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당 일각에서는 `박근혜 책임론'을 둘러싼 설왕설래도 연출됐다.
친이(친이명박)계 강승규 의원은 25일 라디오에 출연, 박근혜 전 대표의 주민투표 거리두기에 대해 "굉장히 아쉬웠다.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절실하게 요청했던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박 전 대표가 주민투표와 일정 거리를 둔 것이 당이나 서울시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는 그 과정 속에서 판단될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그러나 친박(친박근혜)계 이한구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엇을 행동 안한 것도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이 의원은 "선거 후보자나 정책 결정에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람에게 선거 과정에서 어려워지면 `설거지하라'는 식으로, 책임지라는 식으로 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