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년을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악기란 걸 손에 잡아 봤어요. 새로운 인생을 얻은 것 같아요."

    6일 울산 중구 남외동 중구노인복지관 대강당. 이곳에는 일주일에 4번 드럼과 베이스기타, 전자기타, 아코디언 등 악기 소리가 울려 퍼진다.

    평균 나이 70세 이상의 노인으로 구성된 '신(新)바람 밴드'가 다음 달 둘째 주와 마지막 주, 10월 말 3차례 중구노인복지관에서 열릴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 땀을 흘리고 있다.

    밴드가 결성된 것은 올해 5월27일. 단원 18명을 뽑는 모집 공고에 100여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현재 단원은 5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인재'인 셈이지만 대부분 악기를 다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스를 맡은 박명자(67ㆍ여)씨는 "그동안 아이들 밥 해주며 산다고 바빴지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었다"며 "아직 서툴지만 딸이 구해준 베이스로 집에 가서도 연습을 한다"며 웃었다.

    열정은 넘치지만 나이를 속일 수가 없을 때도 있다고 한다. 단원들은 "악보를 외워야 하는데 기억력이 예전만큼 안 따라 줘 속상할 때가 잦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8일엔 밴드 결성 이후 처음으로 200명이 넘는 관객 앞에서 공연도 했다.

    '아파트'와 '해변으로 가요' 등 단 2곡을 연주했지만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밴드를 기획한 중구노인복지관의 황유리 사회복지사는 "많은 곡을 소화할 수도 없고 악기 소리도 조금은 세련되지 못하지만 어르신들이 보여주는 열정에 박수를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新)바람 밴드의 목표는 경로당과 요양원 등을 다니며 공연으로 봉사하는 것이다.

    이 밴드의 차원줄(67) 단장은 "음악을 통해 젊어지는 것이 좋다"며 "우리도 즐겁고 남도 즐겁게 하는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