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잇따를 듯…이해관계 없는 판사 배당 `골몰'
  •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3천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태와 관련해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재판을 맡을 판사 상당수도 네이트 등의 회원으로 잠재적인 피해자일 수 있어 법원은 최대한 이해관계 없는 판사를 구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4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모(40)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SK컴즈를 상대로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네이트 개인회원이라는 이 변호사는 "SK컴즈가 실명을 통해 네이트 가입절차를 진행하고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관리해왔으나 정보통신망법상 개인정보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해 개인정보를 유출한 잘못을 저질렀다"며 "정보유출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장기간 감수해야 하고 보이스피싱과 스팸 메시지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므로 손해액으로 300만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이 운영하는 정보통신망 제공회사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이나 개인보다 더 엄격하게 개인정보 보호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그래야만 관리의 편리성만 내세워 이름,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요구하고 그 보호수단을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행태가 고쳐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일에는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인 정모(25)씨도 SK컴즈를 상대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등이 침해됐다"며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지급명령은 법원이 신청인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돈을 지급하도록 명령하고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되는 간이 소송절차로, 이의를 제기하면 정식재판 절차가 진행된다.

    사건이 접수된 뒤 법원은 공정성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 네이트와 싸이월드에 가입하지 않은 법관을 찾아 나섰다.

    이 변호사가 낸 사건은 일단 전자 배당에 의해 소액사건을 담당하는 한 단독판사에게 배당됐으나 이 판사가 네이트 가입자로 정보유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나자 법원은 네이트·싸이월드 회원이 아닌 단독 판사를 찾아보고 만약 없다면 애초 배당된 대로 사건을 진행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법 관계자는 "법률에 따라 판사가 재판을 피해야 하는 제척·기피·회피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이번 정보유출과 무관한 판사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8일 네이트와 싸이월드에 대한 해킹사실이 알려진 뒤 인터넷을 중심으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여러 카페가 생기는 등 SK컴즈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