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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미묘한 긴장 관계에 빠져 있는 가운데 두 지도자를 따르는 여성 팬들의 지지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어 화제다.
푸틴 총리의 남성미와 카리스마적 지도력을 추앙하는 극렬 여성 팬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며 총리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는 각종 행사를 조직하자, 지적이고 자유로운 스타일의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따르는 여성 팬들도 비슷한 행사를 열겠다며 맞대응하고 나섰다.
인기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들을 열광적으로 숭배하고 따르는 한국 여성 팬들의 모임인 '오빠부대'를 연상케 하는 현상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나 푸틴 총리는 지금까지 내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두 지도자는 모두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거듭되는 질문에 "출마를 배제하지 않고 있으나 누가 후보로 나설지는 조만간 알게 될 것"이라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각의 지도자를 따르는 '오빠부대'들의 지지 호소 경쟁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는 것이다.
◇ "우리는 메드베데프 걸스" = 1일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성 네티즌들의 모임인 '메드베데프는 우리 대통령' 사이트 회원들은 오는 4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대통령의 금주 캠페인을 지지하는 '플래시 몹(번개 모임)'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이트 운영자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푸틴 지지 네티즌들의 모임인) '푸틴 군단'에 맞서는 우리의 대응은 '메드베데프 걸스(Medvedev Girls)'"라며 "4일 오후 3시에 시내 노보푸쉬킨스키 거리에 집결하자"고 호소했다.
오래 전부터 활동해 오고 있는 푸틴 지지 네티즌 모임에 맞서 메드베데프 지지 모임을 결성하고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갖겠다는 것이었다.
사이트에 올려진 동영상에는 스스로를 '메드베데프는 우리 대통령' 모임의 회원이라고 소개한 베로니카와 안나라는 두 미녀가 나와 "'푸틴 군단'에 맞서기 위해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독자적 여성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며 "스스로를 '메드베데프 걸스'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우리는 드미트리 아나톨리예비치 (메드베데프)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선 (대통령이 승인한) 술에 대한 국가통제 강화법을 지지하는 모임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달 맥주를 알코올 제품에 추가시키고 알코올 함량 0.5% 이상의 모든 주류 제품의 생산과 유통을 정부가 관리하는 새 법률안에 서명했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 지지 여성 팬들이 모임을 결성하기에 앞서 푸틴 총리를 추앙하는 여성 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튀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 "푸틴 위해서라면 옷도 벗겠다" = 지난달 22일 모스크바 최고 중심가 푸슈킨 광장에서는 '푸틴 군단'이 조직한 '푸틴을 위해 옷을 찢자'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행사 조직자인 디아나라는 대학생은 앞서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에서 "나는 우리 국민의 삶을 변화시킨 사람을 미치도록 좋아한다"며 '푸틴을 위해 옷을 찢자'라는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찢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디아나의 호소에 따라 이날 시내에는 20여 명의 푸틴 지지 여성팬들이 모였다. 이들 중 한 명은 실제로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푸틴 총리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를 가슴이 드러날 만큼 찢어 내리며 푸틴 지지를 외쳤다.
다른 여성 회원들이 동참하지 않으면서 모임이 다소 싱겁게 끝나자 '푸틴 군단'은 이후 사이트에 글을 올려 이달 26일에 다시 비슷한 행사를 열어 '화끈하게' 보여 주겠다고 약속했다.
◇ 비키니 입고 무료 세차 행사도 = 이보다 하루 전인 21일에는 또 다른 푸틴 지지 여성 네티즌 모임인 '저는 푸틴이 진짜 마음에 들어요' 회원들이 또다른 선정적 행사를 열었다.
비키니 차림을 한 늘씬한 여성 회원들이 시민과 관광객들이 몰리는 모스크바 국립대 앞 '보로비요비 고리(참새언덕)'에서 국산 자동차를 타고 온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세차를 해준 것이다. 푸틴 총리가 밀어붙이는 국내 자동차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는 의미의 행사였다.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에는 또 다른 푸틴 지지 여성팬들이 푸틴 총리의 집무실이 있는 정부 청사 앞에 모여 미국 재즈가수 루이 암스트롱의 히트곡 '블루베리 힐(Blueberry Hill)을 합창했다.
푸틴 총리가 지난해 12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어린이 종양환자 돕기 자선행사'에서 재즈 악단의 연주에 맞춰 영어로 부른 노래로 총리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는 퍼포먼스였다.
지난해 10월에는 모스크바 국립대 신문방송학과 여대생들이 푸틴 총리 생일에 맞춰 에로틱한 속옷 차림으로 찍은 자신들의 사진으로 달력을 만들어 총리에게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같은 여성 푸틴 팬들의 구애 공세와 관련, 현지 시사주간지 '블라스티(권력)'은 1일자에서 "강인함이 강조됐던 푸틴의 초기 이미지가 점차 성적 선정주의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