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기상청의 한반도 방사능 예보 무려 10회... 조양호 "경쟁자들, 평창의 약점으로 부각"
  • 2018년 동계올림픽, 평창은 독일 뮌헨이 반드시 꺾어야 할 난적이었다.

    인지도와 평판, 국가 이미지 모두 뮌헨은 평창을 앞섰다. 

    그러나 평창에겐 두번의 실패 경험이 있었다. 패패의 쓴 맛은 보약된 지 오래였다. 시설 준비만 놓고 보면 평창은 세 도시 중 가장 앞섰다. 국민의 유치 열망은 세 도시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뮌헨은 평창을 따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뮌헨이 집어든 카드는 네거티브 전략이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은 좋은 먹이거리였다.

    3월 12일, 게다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전날 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이 사상 최악의 방사성 물질을 유출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바로 옆에 한국이 있었다.

    지난 22일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끌어 낸 조양호 유치위원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일본에 대지진이 발생, 방사능 유출이 문제가 되자 경쟁 도시들이 이를 평창의 약점으로 부각시키려 했죠”

    조 위원장은 말을 이었다.

    "내가 독일 사람을 만나 '1년에 1주일 가량 우리쪽으로 바람이 분다. 기상청 자료로 증명이 됐고 혹 바람이 분다고 해도 평창까지 200km 거리라서 거의 다 없어진다'고 설명했죠"

    조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 4월 초 일본 원전 사고와 관련돼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4월4일 오후 갑자기 인터넷이 시끄러워졌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인터넷 포털은 물론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도 갑자기 접속자가 폭주했다.

    이날 인터넷에는 ‘독일 기상청’이 3월31일 발표한 한반도 기상정보가 올라왔다.
    "방사성 물질은 4월6일 제주도 및 남해안을 중심으로 퍼지다가 7일에는 남한 전역을 덮을 것이다"

  • 국민들은 한국 기상청보다 독일 기상청을 더 믿었다. 한국 기상청이 올린 방사능 수치분석이나 위성데이터 사진은 국민들의 불신을 잠재우지 못했다.

    독일 기상청의 발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오보(誤報)로 밝혀졌다. 바로 뒤이어 노르웨이 기상연구소도 오보를 날렸다. 같은 시기에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를 덮을 것이라는, 독일 기상청 발표와 내용이 똑같았다. 조사 정도만 다를 뿐이었다.

    오보(誤報)의 충격은 엄청났다. 가뜩이나 불안에 떨던 국민들을 패닉(공황) 상태로 몰고 갔다.

    비가 오는 날 거리는 한산했다. 부모들은 얼굴 가득 불안한 모습으로 교문앞에서 우산과 비옷을 들고 아이들을 기다렸다.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시간이 갈수록 커져갔다. 외신은 '방사능 공포'에 겁먹은 한국인의 표정을 전세계에 타전했다.

    “일본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이 한국을 덮친다”

    이상한 일은 그 다음 일어났다. 한반도에 높은 농도의 방사능이 몰려 올 것이라는 첫 발표 다음 날 독일 기상청의 토마스 슈만 예보관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물질의 한국 전파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하루만에 독일 예보관이 본국 기상청의 발표를 부정했다. 이것으로 파문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아니었다. 독일 기상청은 그후에도 일본 방사능 물질의 한국 전파 가능성을 거듭 ‘예측’했다. 3월31일부터 6월 15일까지 독일 기상청이 한반도 방사능 유입을 예측한 횟수는 모두 10회였다.

    "일본발 방사능이 3일부터 동풍을 타고 한반도 쪽으로 이동. 확산된 방사능은 5일 낮 12시경 한국 동해안과 부산 지역 등에 영향을 줄 것" - 5월3일 예측.

  • "6월14일 오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 오염물질이 동풍을 타고 16일 경 동해안에 도달. 17일엔 수도권 등 한국 대부분 지역을 뒤덮고 서해상까지 확산될 것" - 6월15일 예측.

  • 독일 기상청의 한반도 방사능 유입 예측이 거듭되자 한국 기상청은 6월17일,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 커뮤니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독일 기상청의 한반도 방사능 영향 예측과 관련하여’

    “지난 15일 독일기상청은 일본의 방사성 물질이 15일(수) 일본 내륙을 통과, 동해상을 거쳐 16일(목)~17일(금) 사이 우리나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이번에 독일기상청에서 한반도의 방사능 영향을 예측한 것이 처음이 아닙니다”

    “독일기상청에서 지난 몇차례 일본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당시 한반도 방사능 관측 결과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지난 5월23일 12:20 UTC*에 모든 RSMC(지역특별기상센터)에 후쿠시마와 관련한 기상자료생산 종료를 요청함에 따라 도쿄 RSMC는 5월 24일 02UTC 후쿠시마 관련자료 생산을 종료하였습니다" .
    * UTC(Universal Time Coordinated) : 협정세계시, KST(Korean Standard Time•한국표준시간)보다 9시간 늦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미 IAEA는 RSMC에 후쿠시마와 관련한 기상자료 생산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5월23일이었다. 독일은 그 뒤에도 예보를 이었다.

    그럼 당시 포털 게시판 등을 들여다 보자. 독일 기상청에 대한 네티즌들의 신뢰는 여전했다. 반면 한국 기상청은 뭇매를 맞았다.

    “우리나라 방사능 수치가 얼마인지 발표해라~~~국민 목숨 가지고 장난하냐”
    “100에 하나도 못마추는 깡통이잖아. 그러면서 감히 독일한테 뭐라 하다니”
    “일본기상청하고 한국기상청하고는 자매결연한 상황이 아닌지 의심. 국민을 속여야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나라 공무원”

    결론적으로 독일 기상청의 한반도 방사능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오보였다. 한국 네티즌들은 독일 기상청의 오보에 확실히 말렸다고 할 수 있다.  

    독일 기상청의 한반도 방사능 유입 예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독일 기상청은 지난 17일에도 19~20일 사이 태풍 망온의 영향을 받아 방사능 물질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에도 한국 기상청은 안전하다고 했다. 현재까지 태풍 망온에 의한 방사능 유입 징후는 없다. 

    7월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평창은 이겼고 뮌헨은 졌다.

    천안함 폭침이나 핵안보 위기도 평창의 꿈을 꺾지 못했다. 방사능 오염이 한국을 뒤엎을 것이라는 예측에도 불구, 뮌헨은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두 달여간 방사능 예측을 놓고 벌어진 독일기상청의 오보 사건. 실제 평창 유치위 관계자는 25일 "독일 유치위 인사들은 '한국은 방사능 때문에 위험하다'는 말을 수 차례 얘기 했었다"고 유치 뒷얘기를 전했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국제 질서의 숨겨진 단면을 봤다면 ‘오버’일까? 뮌헨은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평창 유치에 성공했기에 망정이지 만일 실패했다면, 말려든 우리에 대해 뮌헨은 뭐라고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