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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안 처리 시기를 놓고 여권 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당초 미국 의회에서 먼저 한-미 FTA 비준안을 상정하면 뒤따라 상정·처리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 측 상황이 꼬이면서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 의회에서 무역조정지원(TAA) 연장안 처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사태를 피하기 위한 재정적자 감축 협상에 전력하면서 한-미 FTA가 후순위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9월부터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돌입하고, 우리도 하반기 국회 예산심의에 이어 내년 총선·대선 정국에 휩싸일 수밖에 없어 내년 말까지 한-미 FTA 비준이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한나라당 남경필 최고위원은 “미국보다 앞서 갈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가 끝나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남 최고위원은 “미국보다는 조금 천천히 가고 물리적 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2가지 원칙을 계속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8월 중 논란을 일으키면서 급하게 처리하기 보단 9월 이후 미국의 선(先) 처리를 기다려 보자는 것이다.
다만 그는 “미 의회의 FTA 처리가 9월로 넘어가더라도 여야정 협의체 등에서 논의는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여야 합의를 통해 FTA 처리 일정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우리도 8월 국회에 상정해 논의를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측도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미 의회의 한미 FTA 8월 처리가 불투명해졌다고 진단하면서 미 의회의 절차 진전에 따라 우리 측 비준절차도 추진해줄 것을 한나라당에 요청했다.
반면 여권 일각에서는 ‘8월 선(先) 처리’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미 의회 일정과 관계없이 8월 임시국회에서 최소한 한-미 FTA 비준안의 상임위 상정·처리까지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1일 “한-미 FTA 비준 처리를 정기국회로 넘기면 가능하겠느냐.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가 8월에 먼저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고 말했다.
또한 홍준표 대표가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국익과 민생을 위해 한-미 FTA 비준안을 8월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선도론’이 당내에서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당내에서는 여전히 미국 측이 먼저 비준절차를 밟은 뒤 우리 측 비준동의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는 ‘FTA 후발론’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8월 임시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 처리를 서두를 경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민주당은 최근 10개 분야 재협상과 추가 피해대책을 요구하는 ‘10+2 재협상안’을 들고 나와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10+2 재협상안’에는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폐기, 개성공단 역외가공 인정, 쇠고기 일정기간 관세철폐 유예 등 민주당내 일부에서도 어렵답고 보는 까다로운 쟁점들이 담겨있어 여야간 협상에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