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했던 타이지의 삶‥뒤늦게 조명
  • 지난 17일 사이판의 한 낯선 병원에서 숨을 거둔 기타리스트 사와다 타이지(45)의 드라마틱한 삶이 새삼 화제선상에 오르는 분위기다.

    85년 엑스재팬의 일원으로 데뷔, 불세출의 베이시스트로 한일 양국에서 추앙받던 타이지는 92년 도쿄돔 콘서트 직후 돌연 '팀 탈퇴'를 선언하고 자신을 음악의 세계로 인도한 그룹 라우드니스로 둥지를 틀었다.

  • 뛰어난 태핑 주법으로 탈아시아적인 연주 실력을 과시했던 타이지는 요시키와 함께 엑스재팬의 상징적 존재로 군림해 왔으나 음악적 견해차와 수익 문제가 불거지며 수년 만에 각자의 길을 걷는 비운을 맞게 됐다.

    그러나 엑스재팬과의 결별 이후 타이지는 끝모를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음악적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라우드니스를 1년 만에 졸업(?)한 타이지는 D.T.R(Dirty Trash Road)을 결성, 의욕을 불태웠으나 예전처럼 왕성한 활동을 벌이지는 못했다.

    96년 부인과 결별한 타이지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하루하루를 알코올에 의지하는 삶을 살기도 했다. 2년 간 노숙 생활을 거듭하던 타이지는 98년 5월 엑스재팬의 기타리스트 히데가 사망하자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내 요시키, 토시 등 옛 멤버들과 재회했다.

    동료들의 격려와 도움으로 재기를 결심한 타이지는 클라우드 나인과 오토카제를 잇달아 결성하며 꾸준한 연주 활동을 이어왔다.

    2005년 불의의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다리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한 타이지는 2008년 간질과 뇌경색 등의 병세가 심해지면서 음악 인생에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된다. 심지어 '대퇴골 무혈성 괴사'라는 희귀병에 걸려 인공관절수술까지 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타이지는 포기하지 않고 이듬해 'KTRA(The Killing Red Addiction)'와 '타이지 위드 헤븐스(Taiji with HEABEN'S)'를 결성, 밴드 활동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 엑스재팬 해체 이후 무려 18년 만에 원년 멤버들과 기념비적인 공연(엑스재팬 월드투어)을 펼쳤던 타이지는 올 3월 자신의 밴드인 '타이지 위드 헤븐스'를 이끌고 내한 공연을 펼치기로 계획했었으나 일본 대지진이 발발하는 바람에 뜻을 접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