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대표적 록밴드 '엑스재팬(X-JAPAN)'의 멤버 사와다 타이지(45·사진)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요미우리와 마이니치 등 일본 주요 언론은 17일자 보도를 통해 "타이지가 약혼자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이판 현지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내 소동으로 사이판 현지 유치장에 갇힌 타이지는 침대 매트로 자신의 목을 매 자살을 기도했고, 14일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 그러나 뇌사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 타이지는 17일 가족들의 동의하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45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타이지의 갑작스런 죽음은 13년 전 돌연사한 엑스재팬의 또 다른 멤버 히데를 연상케 한다.

    히데는 팀 해체 후 활발한 솔로 활동을 벌이던 와중, 98년 5월 2일 자택에서 타월로 문고리에 목을 맨 채 발견됐다.

    당시 히데의 사인을 두고 일본 경찰은 자살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나 유가족의 격렬한 항의 이후 재조사를 벌인 결과 '기도폐쇄로 인한 사고사'로 사인을 수정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경찰의 애매한 발표로 한때 타살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히데가 사망 전 알콜 중독 증세를 보였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발적인 충동을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만을 본다면 타이지의 경우도 히데와 흡사하다. 기내에서 승무원을 폭행, 경찰에 체포된 뒤 자살을 기도했던 타이지는 이내 의식불명 상태로 빠져 들었고 끝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이승과의 작별을 고했다.

    하지만 오랜기간 간질과 뇌경색, 우울증 등에 시달려온 타이지와는 달리, 히데는 살아온 환경이 불우하지도 않았고 죽음을 예견할 만한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죽음은 뚜렷한 차별성을 띠고 있다.

  • 특히 히데는 1997년 12월 31일 도쿄돔 공연을 마지막으로 엑스재팬이 해체한 뒤에도 활발한 솔로 활동을 벌였으며 마릴린 맨슨과의 합동 공연까지 앞두고 있던 상태였다.

    유가족 역시 히데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자살로 성급히 결론을 내렸던 경찰 측을 맹비난했었다. 이같은 유족 측의 노력으로 히데의 사인은 현재까지 자살이 아닌, 의문사로 남아 있다.

    반면 타이지의 약혼자와 어머니는 자살 기도 후 뇌사 상태에 빠진 타이지의 모습을 보고 불과 며칠 만에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데 동의하는 신속함을 보였다.

    한편 '엑스재팬 월드투어'를 계기로 과거의 명성을 재확인하려했던 요시키의 엑스재팬은 타이지 마저 세상을 등짐에 따라 향후 행보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1985년 싱글 앨범 'I'll kill you'를 발표하며 일본 가요계에 충격적인 데뷔를 한 엑스재팬은 '비주얼락'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 젊은층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왔다. 'Endless Rain', 'Say Anything' 같은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양산, 아직까지도 한일 양국에 적지 않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