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위적인 설정·결론에 '노처녀' 시청자들 공분"PD가 원하는 노처녀의 모습이 이건가요?"
  • "모큐멘터리(mockumentary)는 mock와 documentary를 합쳐서 만든 단어인데, mock의 뜻에는 '가장하다'라는 뜻도 있지만 '조롱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100% 사실처럼 보이려고 하는 다큐멘터리와 그것을 아무 생각없이 믿어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조소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참고로 mockumentary를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로 부르는 사람도 있고, 짜가 다큐, 짝퉁 다큐로 친숙하게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왠지 짝퉁 다큐의 어감이 가장 훌륭해보이는군요." - 아이디(noamom)

    상기한 글은 한 네티즌이 포털사이트에 올린 모큐멘터리(mockumentary)의 정의와 성격이다. 최근 들어 다수의 감독들이 모큐멘터리 혹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어 영화나 드라마 등의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얼마 전 외계인의 육성이 담겨 있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던 영화 '포스카인드(The Fourth Kind)'도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일종이다.

    네티즌 'noamom'의 지적대로 상당수의 모큐멘터리는 허구적 내러티브를 가진 영화를 실재하는 사실과 혼동하게 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와 재미를 안겨주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나서야 해당 작품이 모큐멘터리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관객은 헛 웃음을 짓다가도 절묘하게 관객들을 속인 연출 솜씨에 감탄을 하기도 하고, 작품 내용이 허구라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기거나 오히려 안타까워하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게 된다.

    15일 방송된 MBC 스페셜 '노처녀가(老處女歌)'는 지상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는 이례적으로 모큐멘터리 형식을 사용했다. 대한민국에서 노처녀가 늘고 있는 배경과 그들의 속내를,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진단해 보는 시간을 가진 것.

    이날 방송에선 대기업 홍보회사 팀장으로 연봉 5천의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김지아씨가 뒤늦게 '결혼 전선'에 뛰어들면서 겪게 되는 고충이 절절하게 그려졌고 보습학원 강사로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는 박정민씨와 운명의 남자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곽명화씨 등, 다양한 성격과 직종의 여성들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일에 매여 살다보니 어느새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긴 이들에게 '결혼이란 현실은 만만치 않더라'는 게 이들이 연기한 대한민국 노처녀들의 숙제였다. 특히 사회적 제반 환경이 노처녀를 양산하거나 고착시키는 장벽이 되고 있다는 시각은 결혼이라는 문제가 특정인들의 고민거리가 아닌 사회 전체가 떠안아야 할 과제라는 깨달음을 안겨줬다.

  • 문제는 '노처녀가'가 모큐멘터리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다수의 시청자들이 뒤늦게 '가짜'라는 사실을 깨닫고 "방송을 보는 내내, 내 얘기 같아 공감하고 있었는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며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

    특히 방송 말미에 뜬금없이 반값등록금 시위 장면이 나온 것에 대해 "노처녀 얘기하다가 갑자기 왠 반값등록금 얘기냐?", "연결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었다"는 혹평도 쏟아졌다.

    제작진은 시청자들로부터 '반전의 묘미'를 맛보게 하려는 목적이 아닌, 현실을 보다 극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배우들을 다큐멘터리에 투입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의도와는 달리, '노처녀가'를 중간부터 보기시작한 시청자들은 방송 말미에 출연자들이 연극배우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허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 다큐멘터리 방송 사상 최초로(?) 극적인 반전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다수의 방송 관계자들은 "'MBC스페셜=다큐멘터리'라는 포맷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난데없는 모큐멘터리 방영이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는 평이다. 차라리 실제 있었던 사례를 부분적으로 재연하는 방법이 어울렸을 것이라는 지적. 나아가 "방송 취지와 걸맞지 않는 반값등록금 문제를 삽입시킨 것은 한 마디로 눈엣가시였다"는 비판도 줄을 잇고 있다.  

    방송 직후 많은 시청자들은 각종 게시판 등을 통해 "'노처녀가'가 국내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보듬어 안기보다 되레 편협된 시각을 부추긴 꼴이 됐다"며 성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아이디 'caomei225'이라는 시청자는 MBC스페셜 홈페이지 게시판에 '대박!!!!!!! 피디님아 시청자에게 사과하세요!!'라는 제하의 글을 올려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제작진을 맹비난했다.

    그는 "등장 인물들의 설정이 모두 페이크였다니, 거기 나온 통계치도 꾸며 낸 것 아니냐"면서 "마지막에 반값등록금과 그 웃기지도 않는 꽃 CG를 보고 저는 실소를 금지 못했다"고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다음은 'caomei225'의 게시글.

    어제 방송보고 스마트폰으로 글 올리려다 안돼서 출근하자마자 글을 올려요.

    보면서도 계속 찜찜한 기분.

    그 김지아인가 하는 분이 싱글파티서 잘 안돼서..

    백발이랑 고기 먹으면서 울고 그러고 나서 혼자 노래방가서 노래하는거...

    38세 여자가 무직이면서 아직도 왕자를 기다리는 모습에...

    비정규직여자가 은행가서 대출받으려다 쓸쓸히 돌아서서 나오는데 방역차가 지나가서 혼자 벤치에 앉아 있고 주문진 가서 혼자 술마시는거

    각종 통계치와 결혼정보회사에서 흘러나온 남자는 28세 여자를 원하고 여자는 32세에 결혼을 원하니 너희는 어렵다.

    이런 생각이 피디와 작가의 여성관입니까?? 거기 비춰진 여자들은 너무 보잘것업고 비참하고 한심하기까지 하더군요.

    그런데 이 모든게 페이크였다니... 

    거기 나온 통계치도 꾸며 낸거 아닙니까?

    정말 뇌에 병이 있는거 아닌지 의심됩니다.

    게다가 마지막에 반값등록금과 그 웃기지도 않는 꽃 CG를 보고 저는 실소를 금지 못했습니다.

    분명이것도 방송 전에 헤드들이랑 상의하고 나간걸텐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시청자 우롱에...

    엉뚱한 결론을 갖다 붙이기까지...

    시청자에게 사과하세요. 불쾌한 기분이 멈추질 않네요.

    아이디 'kimting33'을 쓰는 시청자는 'MBC스페셜이..다큐 중 최고라고 생각하면서..보고있었습니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리얼한 영상과 에피소드 제공이 불가능한 소재하면 과감히 다른 소재를 선택하는 게 나을 뻔했다"면서 "MBC스페셜을 보면서, 3일 동안 다양한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을 그저 3일동안 지켜보는 KBS의 '다큐3일'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다음은 'kimting33'의 게시글.

    매주 금요일밤, 얼마나 기분이 좋습니까. 내일은 토요일이고, 맘이 편안해지면서 다큐하나 보고 이런저런 생각하다 잠이들곤 했었는데..어제 방송은 이게뭔가..싶더군요..

    모큐멘터리 기법.. 뭐 대충은 알고있습니다.

    사실 다큐가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소재는 좋은데 그 대상체를 찾기가 어렵긴하겠죠..

    어디서 나 노처녀인데 촬영을 허락하겠소~ 할터이며.. 아무리 노처녀더라도 흥미를 이끄는 에피소드를 리얼하게 카메라에 담는건 사실상 불가능했겠죠..

    제가 pd건..방송을 결정하는 cp든.. 리얼한 영상과 에피소드 제공이 불가능한 소재하면 과감히 다른 소재를 선택하겠습니다.. '모큐멘터리'형식으로 제작했으니 이해할꺼야 라는 생각과 판단은 제작진 생각아닌가요..

    mbc스페셜을 보면서.. kbs의 다큐3일이 떠올랐습니다.

    3일동안 다양한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을 그저 3일동안 지켜보는 프로그램이죠.

    지난주엔 실버영화관이 나왔는데 특별히 에피소드란 없었습니다. 그저 영화를 보러오는 실버세대들을 비추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익하게 1시간을 채웠죠... 

    근데 어제...mbc스페셜을 보고 무엇을 느꼈어야 했습니까?

    반값등록금 때문에 노처녀들이 늘어나서 세상이 말세다?

    차라리 정말 반값등록금을 다루고 싶었음, 등록금때문에 하루에 두세탕씩 알바를 하며 등록금을 충당하는 대학생을 주제로 잡아서 방송했음 어땠을까요.

    '좋은 남자 만나서 내 등록금도 좀 갚아주고..' 

    이 무슨 쌩뚱맞은 대사입니까......수많은 아직 결혼의 짝을 못만난 노처녀분들이 많죠.

    그럼, 시청자 중에 있는 노처녀들을 위해, 이해를 시키려는 방송을 기획했다면, 노처녀지만 커리어우먼을 꿈꾸며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는 당당한 여성상을 그렸음 어땠을까요.

    누군 결혼 안하고 싶어서 안하겠습니까....

    이외에도 'taewon8388'라는 시청자는 "시청자를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 대체 이게 뭐냐"고 말문을 연 뒤 "당신들이야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다고는 하지만 모큐가 뭔지 모르는 시청자들이 대부분일텐데 정말 어처구니 없다. 딸가진 부모로서 공감하며 봤는데 차라리 드라마를 봤으면 드라마니까 하고 봤겠지만..아무리 포장을 해도 결론은 어거지로 만든 연기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이걸 방송에 내보낸 프로듀서도 문제지만 승인을 해준 MBC 사장부터 즉각 사과방송하고 제작진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gmlove2'라는 시청자는 'PD가 원하는 노처녀의 모습이 이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PD눈에 보이는 노처녀는 당당한 척 하지만 뒤에서는 시집가고 싶어 안달난 사람인가요? 자기 나이는 모르고 남자보는 눈만 높아져 있는 사람인가요? 어디서든 나대고 튀고 오버하는 사람이 노처녀인가요? 어디서나 털퍼덕 앉아서 소주를 깔 수 있는게 노처녀인가요? 노처녀가에서 나온 노처녀들은 가슴 아픈 모습들도 있지만 결국 저러니까 시집을 못가지...라는 소리를 듣게 만드는 내용아닌가요? 진짜의 모습이건 가상의 설정이건 이 다큐는 실패작입니다. 노처녀에 대해 진실성 있게 다가서기보다 더 안좋은 인상만 심어주시네요. MBC수준이 이정도입니까!!"라고 비난의 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