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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성인남자 평균 키가 156㎝에요. 남한이랑 15㎝ 넘게 차이 나는건데…. 이러다 `다른 종족'이 되게 생겼어요"
14일 오전 서울 구로구 궁동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2학년 학생 400여명은 탈북 대학생의 생생한 북한 경험담에 울고 웃기를 되풀이했다.
이날 사단법인 북한전략센터 주최로 이 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찾아가는 통일교육'에서다.
서서울생활과학고는 서울시교육청 지정 통일교육 연구학교로 교내에 `통일전시관'을 운영하고 통일교육 담당교사를 두는 등 남북관계와 통일 교육을 제대로 한다는 평가를 받는 학교다.
이제 어느정도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지겹기도 할 법한 이 학교 학생들이지만 이날은 강단의 탈북대학생들의 `눈높이 교육'에 시선이 집중됐다.
이날 프레젠테이션을 맡은 탈북대학생 이정혁(서강대 2)씨가 북한의 서비차(서비스차)를 소개하며 "담배나 `쏘주 한병'을 들고 손을 흔들면 트럭 뒷칸에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북한에 신호등이 없는 이유는 전기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차가 없기 때문'이라거나 `북한 기차는 객차보다 지붕이 더 인기다. 객차에서는 꼼짝없이 서있어야 하지만 지붕에서는 앉을 수 있고 맑은 공기도 마실 수 있다"는 등의 설명을 곁들일 때마다 학생들은 웃음보를 터트리며 눈을 반짝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노미리(17.여)학생은 "영상물이나 책을 통해 통일교육을 받긴 했지만 북한에서 온 사람들에게 경험담을 듣기는 처음"이라며 "과하게 진지하지 않고 재밌게 직접 겪은 얘기를 해주니 마음에 더 와닿는 것 같다. 어서 통일이 돼서 북한을 여행해보고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입시를 앞둔 학생들이어서인지 탈북대학생들의 신상이나 북한의 또래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발표에 앞서 탈북대학생들이 고려대, 서강대 등 국내 유수의 대학에 재학 중이라고 소개하자 환호와 함께 "어렵게 한국에 왔을 텐데 좋은 학교에 간 것이 신기하다. 부럽다"며 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미 인사말을 위해 행사장을 찾은 조명철 통일교육원장이 `우리나라의 서울대에 해당하는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와 교수까지 했다'는 말에 강당이 떠나갈 듯한 박수를 보낸 뒤였다.
서서울생활과학고 학생들은 `북한 학생들도 이성교제를 하는지' `북한에서 대학을 잘 가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물었고, 탈북대학생들은 `아담과 이브가 왜 있나. 인간이 창조된 이래 이성교제가 없는 집단은 없다' `부모를 잘 만나면 된다. 북한은 철저히 집안과 성분으로 삶이 결정되는 사회'라고 답했다.
탈북대학생 임철(고려대 4)씨는 "북한 사람은 남도 아니고 외국인도 아니다. 서로 다른 제도에 살아서 지금은 조금 다르지만 이런 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학생들은 큰 박수로 호응했다.
그는 "어린 학생들은 통일을 짐처럼 생각하는 사례가 많은데 북한에 대한 관심과 통일의 필요성을 전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청소년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