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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유치위 홍보대사인 김연아가 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국립컨벤 센터에서 열린 2018동계올림픽 개최도시 발표식에서 평창 유치가 발표된 뒤 눈물을 닦으며 걸어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평창!"
한국 시각으로 6일 자정, 남아공 더반의 국제컨벤션센터(ICC)에 "평창"이라는 말이 크게 울려 퍼지자, 피겨 요정 김연아(21·고려대)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국내 취재진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감격에 겨운 듯 연신 눈물을 흘린 김연아는 "예상대로 (평창이)됐다"면서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을 되내이며 울먹임을 멈추지 않았다.
얼마나 기대했던가. 2011-2012 그랑프리 대회를 포기하면서까지 매달렸던 유치 활동이었기에 김연아가 느낀 감격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을 터.
2009년 4월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해 온 김연아는 그동안 천금 같은 훈련과 휴식 시간을 아낌없이 할애하며 평창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지난 5월 스위스 로잔 브리핑 프레젠터로 깜짝 등장하면서 국제 행사장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김연아는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음에도 불구, 어린 나이답지 않은 위트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전 세계 언론의 시선을 사로 잡으며 동계올림픽 유치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평창의 오랜 숙원, 피겨 요정이 풀었다"
"강원도민 웃고, 김연아 눈물 펑펑" 너무 기뻐서‥이날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한 김연아는 다섯 번째 연설자로 나서 평창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피겨 연기를 통해 체득한 풍부한 표현력으로 평범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에 활기를 불어넣은 김연아는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시작했을 때 (자신은)서울의 아이스링크에서 꿈을 꾸던 작은 소녀에 불과했지만 훌륭한 시설과 코치진 덕분에 올림픽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었다"며 "지금은 내가 가질 수 있었던 기회를 다른 곳에 있는 많은 이들과 나누는 것이 꿈이고, 평창 2018 동계올림픽이 그 꿈을 이뤄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동계스포츠에서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던 김연아의 '작은 소망'은 굳게 닫혀 있던 IOC위원들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데 성공했다.
아름다운 외모와 더불어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좌중을 압도한 김연아의 '외적 요소'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에 한 몫했다는 평가.
한 유치 관계자는 "뒤늦게 합류했음에도 불구, 김연아의 국제적 위상과 홍보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며 "가는 곳곳마다 외신 기자들이 모여들고 사소한 말 한 마디까지 기사로 타전되면서 평창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2009년 그랑프리 파이널과 4대륙 선수권대회, 세계선수권대회,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현직 세계 최고의 피겨 스타.
피겨 스케이팅에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김연아에게 더 이상 이룰 목표는 없었다. 그런 그에게 언론과 팬들은 어느 새 부턴가 '은퇴 여부'를 캐묻기 시작했고 너무나 어린 나이에 세계를 정복한 피겨 요정은 이제 정상에서 내려오는 일만 남은 듯 보였다.
김연아 말 한 마디에 전 세계 언론 주목
"여러분! 소외된 소년 소녀들에게 꿈을 주세요"하지만 김연아에겐 '평창'이란 또 하나의 넘어야할 산이 있었다.
전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기대에도 불구, 막판 유치 경쟁에서 잇단 고배를 마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가 결국 마지막 카드로 피겨스타 김연아를 빼 든 것.
유치위는 독일 뮌헨이 피겨 세계챔피언 출신인 카타리나 비트를 유치위 공동위원장으로 앉히자, 그 대항마로 현역 최고 스타인 김연아를 평창의 얼굴로 내세웠다.
언제나 살인적인 스케줄에 쫓기며 변변한 휴식 시간조차 갖지 못하던 김연아였지만, 2010과 2014년 두 차례 쓰라린 실패를 맛 본 평창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기꺼이 자신의 두 어깨에 짊어졌다.
시작은 비트가 빨랐다. 현역 선수인 김연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가한(?) 비트는 각종 국제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 얼굴 도장을 찍었고 플레이보이지 표지 모델로 나설 정도로 육감적인 몸매를 과감히 드러내며 IOC 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전략을 구사했다.
반면 불리한 상황과 시간 속에 유치전에 참여한 김연아는 패기와 열정과 청순미로 무장, 동계올림픽의 불모지였던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해 줄 것을 역설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피겨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김연아의 말 한 마디에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녀가 소개하는 평창과 한국에 대해서도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
실제로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직후 현지 언론은 "당대 최고의 피겨 실력을 지닌 김연아가 관록의 비트에 결코 뒤지지 않는 모습을 선보였다"며 "김연아가 스포츠 외교 분야에서도 새로운 스타로 등극할 것"이라는 장밋빛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자신이 이룬 꿈을 이제 다른 지역의 많은 소년 소녀들과 나누고 싶다는 김연아.
피겨스케이팅에서 금자탑을 쌓고, 강원도민은 물론 전 국민에게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또 하나의 선물을 안긴 그녀는, 이제 어느 곳을 바라보고 있을까?
무한 마력을 지닌 '작은 거인' 김연아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