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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지난 5월 귀환 완료된 외규장각 의궤 중 일부를 4일 오전 박물관 수장고 유물포장실에서 언론을 통해 처음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유물은 풍정도감의궤(豊呈都監儀軌. 1630년)를 비롯해 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莊烈王后尊崇都監儀軌. 1686년), 장렬왕후국장도감의궤(莊烈王后國葬都監儀軌. 1688년), 의소세손예장도감의궤(懿昭世孫禮葬都監儀軌. 1752년), 서궐영건도감의궤(西闕營建都監儀軌. 1831년) 등 5점이다. -
- ▲ 장렬왕후 존숭도감 의궤 한장면.
이들은 잔치ㆍ장례ㆍ존숭ㆍ궁궐 영건(營建. 건축) 등 각 분야 의궤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되며 특히 5책 중 3책은 국내에 남아 있지 않은 유일본이다.
박물관은 "이들을 포함한 외규장각 의궤류는 전문가들이 훈증(소독의 일종)과 정리작업을 거쳐 박물관 제10수장고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외규장각 의궤는 대부분 임금이 감상하기 위해 제작된 어람용(御覽用)이라는 점이 큰 특징으로 꼽힌다.
왕실과 관련한 특정 사안을 정리한 의궤는 통상 어람용 1부와 보관이나 해당 기관 참고를 위한 분상용(分上用) 등 5~9부가 제작됐다.
박물관은 "어람용과 분상용은 기록된 내용은 동일하나 종이와 표지의 재질, 장정 방법, 서체와 그림의 수준 등에서 어람용이 월등한 면모를 보인다"면서 "또 글자 크기, 간격, 편집 차이 등으로 어람용이 분상용보다 대개 분량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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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궐영건도감의궤 중 한 장면
박물관은 외규장각 의궤의 또 다른 특징으로 대부분 변철(邊鐵. 놋쇠로 만든 판)이 그대로 남은 점을 꼽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의궤 실물 외에도 천릉도감의궤(遷陵都監儀軌)와 존숭도감의궤(尊崇都監儀軌)의 두 가지 의궤 겉포장지였던 비단 표지도 함께 공개됐다.
박물관은 이들 비단 표지가 "1970년대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외규장각 의궤 297책 중 11책을 제외한 286책의 표지를 개장(변경)한 후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가 이번에 의궤와 함께 한국으로 인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오영찬 학예연구관은 "2002년 우리 외무부 실사보고서를 보면 표지 개장 작업은 1978년에 끝났지만 그것이 언제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새로 입힌 표지는 서양식 비단이라고 하지만 면밀한 조사가 있어야 (그 재료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래의 비단 표지는 "개장하기 전 원래 상태를 보여주는데 17~19세기에 걸쳐 제작된 어람용 의궤 장정의 변천 과정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면서 "또한 다양한 문양과 직조 기술이 사용돼 조선시대 왕실에서 사용한 고급 비단의 격조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을 맡은 유새롬 학예연구사가 말했다.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약탈한 외규장각 도서는 파리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다가 4월14일부터 5월27일까지 4차에 걸쳐 항공편을 통해 296책이 '5년 단위의 임대' 형식으로 사실상 국내에 반환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로 들어갔다.
정부는 그동안 프랑스 측 사정 등을 고려해 실물을 공개하지 않았다.김영나 관장은 145년 만에 귀환한 외규장각 의궤의 실물 공개가 늦어진 데 대해 "언론 쪽에 너무나 불친절했다"면서 "실제 자료 공개를 통해 외규장각 의궤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오는 19일부터 9월18일까지 한달간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개최하는 기획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