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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같이 내리는데 별 문제 없으니 (네티즌들이)섭섭했나 봅니다.”
4일 오전 서울시 재난대책상황실에서 만난 한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전날 인터넷을 달군 ‘강남역 침수 소동’에 대한 씁쓸한 마음을 드러낸 한마디였다.
재난대책상황실 직원 책상에는 밤새도록 잠과의 전쟁을 한 듯 빈 커피잔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정말 큰 문제없이 잘 넘겼다. 연일 서울시 수방대책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던 일부 언론들의 보도를 생각하면 스스로 자랑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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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진 강남역 침수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 하지만 이 사진은 지난해 침수 당시 모습인 것으로 확인됐다. ⓒ 자료사진
이 관계자의 말처럼 서울시는 이번 2차례의 장맛비에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두고 보라”며 서울시 수천명의 직원들이 똘똘 뭉친 결과라는 것이 이들의 자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3일 하루 동안 내린 비의 양은 158mm(관악구 기준) 구로 관측소 인근에는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한 시간 동안만 43mm의 비가 퍼부었다.
게다가 지난달 29일 내린 폭우의 피해복구도 완벽한 상황은 아니었다.
3일 호우에 서울시가 입은 침수 피해는 공식적으로 ‘0’이다. 배수 장비 지원에 나선 25개 지역이 있었지만 별다른 피해 없이 곧바로 해결됐다.
이번 폭우에 투입된 서울시 인원은 3727명. 시청, 구청, 주민센터 가릴 것 없없다. 토요일에 야간 당직을 서고 다음날 아침 내린 호우주의보에 잠 한숨 못자고 달려 나온 직원도 있었다.
그런데 네티즌들은 이런 서울시 직원들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 3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퍼진 '강남역이 침수돼 물난리가 났다'는 루머는 잔뜩 긴장했던 서울시를 힘빠지게 했다.
이 루머는 삽시간에 '강남역'을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리고 시민들은 강남역 근처로 외출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게 하는 등 소동을 불러일으켰다.
황당한 이 소문은 일부 정치인사들의 서울시 비난거리로 확대됐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4일 오전 “강남역이 워터월드가 됐다는 트위터리언들의 속보. 작년 9월 100년만의 폭우로 서울시가 곳곳이 물에 잠겼던 모습의 재연. 당시 서울시가 발표한 대책에 따르면? 4대강 예산 8%면 해결 가능”이라며 침수피해를 뜬금없는 4대강 사업과 연관지었다.
성균관대 김태동 교수 역시 전날 저녁 강남역 침수 관련 글과 사진을 리트윗하면서 “우리 모두 사진기자 되어서 수해 은폐 엠비배드(MB Bad) 정권 고발해요”라며 시민들을 선동했다.
한 당직자는 “갑자기 강남역의 침수 피해를 물어오는 민원이 불이 나면서 루머 사실을 알게 됐다”며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고생한 보람이 날아간 것 같아 섭섭함을 숨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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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 서울시 재난대책상황실 전경. 직원들 책상마다 잠을 깨기 위한 커피잔이 수북히 쌓여 있다. ⓒ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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