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의 역군'을 자임하는 20∼30대 탈북 청년 25명이 28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설렘 속에 태국으로 졸업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탈북 청년 1천명을 통일역군으로 양성한다는 기치 아래 한반도미래재단과 세계북한인총연맹이 힘을 모아 지난 4월 출범시킨 `탈북 지도자 아카데미' 소속 남녀 교육생들이다.

    아카데미는 4개월 교육과정의 반환점인 28일 교육생들을 위해 4박5일 간의 졸업여행을 준비했다.

    교육생 중 태국을 거쳐 입국한 사례가 많은 점을 감안해 목적지를 태국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동안 이들 1기 교육생은 매주 목요일 서울 종로구 미래재단 사무실에서 '북한사회 통합론' '군수경제의 민영화 방안' 등 강의를 들으며 미래 통일 지도자로서의 소양을 쌓아왔다.

    함경북도 온성의 군(軍)병원에서 외과의사로 일하다 2005년 탈북한 조수아(35)씨는 출국 전 기자에게 "졸업여행을 가게 돼 가슴이 몹시 설렌다"며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글로벌 시대에 경쟁국들의 행보가 어떠한지 살펴보는 등 세상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졸업여행을 떠나는 소감을 밝혔다.

    중국 체류 1년 만인 2006년 11월 한국에 왔다는 조씨는 3년 뒤 연세대 간호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해 올 2월 졸업했다.

    그는 내년 2월에 실시되는 의사고시에 대비해 구슬땀을 흘리던 중임에도 미래의 통일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소식을 듣고 아카데미를 찾았다고 했다.

    남한에서도 인정받는 정형외과 전문의를 꿈꾸는 그는 "남북한 의료체계의 장단점을 토대로 (두 체계를) 발전적으로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일에 매달려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진 출신으로 연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성진(30.가명)씨는 "앞서 스펙 쌓기를 위해 출국한 적이 있지만 이번 여행은 각별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저마다 통일의 역군이 되겠다는 일종의 소명의식에서 아카데미에 등록하고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점에서 공동체 의식이 느껴진다고 했다.

    박씨의 꿈은 국가연합과 연방제 등 남북한의 통일정책을 비교분석해보고 6·15 공동선언의 의미도 되새겨보면서 남북한을 제대로 묶어볼 수 있는 최적의 통일모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한반도선진화재단에 근무하는 정남(39)씨는 "탈북자로서 관심이나 연구 대상이 아닌 사회발전에 공헌하고 통일운동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소양을 쌓기 위해 통일교육에 참가했다"며 "이번 여행이 탈북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아카데미의 산파역을 맡았던 안찬일(57)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29일 "제3국을 거쳐 설레는 마음으로 인천공항에 내렸던 이들은 한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이자 통일의 지도자가 돼 졸업여행에 나선 데 대해 자긍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28일 밤 방콕에 도착하는 이들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태국지부 방문, 태국왕실 견학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2일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