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1일 대지진에 20~30cm 이동
  • 2011.6.23

  • 일제강점기인 1910년부터 101년간 한국 측량의 기준점 역할을 해온 도쿄 원점의 위치가 동일본대지진 탓에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일본 국토지리원에 따르면 도쿄 미나토(港)구에 있는 일본 경위도(經緯度) 원점('도쿄 원점')이 3월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20∼30cm가량 움직였다.

    이에 따라 일본 국토지리원은 도쿄 원점의 좌표(동경 139도44분28초8759, 북위 35도39분29초1572)도 변했을 것으로 보고, 21∼25일 위성항법장치 측량기를 이용해 좌표를 다시 재고 있다.

    일본은 1892년에 당시 도쿄천문대가 있던 미나토구의 한 지점을 일본 경위도 원점으로 정했고, 토지조사사업을 벌인 1910년부터 조선에도 도쿄 원점을 적용했다.

    해방 후에도 한국의 토지 소유관계를 나타내는 지적도(地籍圖)는 도쿄 원점을 기준 삼은 삼각측량법에 따라 만들었고, 각종 지도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 "공간 정보의 대일 종속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도는 도쿄 원점 대신 지구의 중심을 원점으로 삼아 위성항법장치(GPS) 정보를 이용하는 '세계측지좌표계'에 따라 만들기 시작했지만, 지적(地籍) 측량은 여전히 도쿄 원점을 기준점으로 사용하면서 세계측지좌표계를 일부 함께 쓰는 실정이다. 도쿄 원점을 기준 삼은 각종 좌표는 세계측지좌표계로 측정한 것보다 북서쪽으로 수백 m 어긋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에는 한국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 지적 측량 기준점을 도쿄 원점에서 세계기준으로 바꾸는 내용의 지적 재조사 특별법이 상정됐다.

    일본은 2001년 측량법을 개정해 세계측지좌표계로 바꿨고, 도쿄 원점의 현재 좌표는 당시에 측정한 것이다.

    한편 도쿄원점이 대지진 때문에 움직였다고 해도 지적 측량상 실질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지적공사 지적선진화부 관계자는 "원점은 여전히 동경(도쿄) 원점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무상으로는 동경 원점에서 뻗어나온 국내에 있는 기준점을 사용하고 있다"며 "동경 원점의 좌표가 바뀌더라도 실제 측량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