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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알리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 설립된 한국문화원(사진)이 현재까지도 아파트 지하실 창고를 개조한 좁은 공간에 입주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주목된다.
한나라당 김성동 의원은 최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전체회의에 참석, "한국 문화의 유럽 전파 허브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며 "정말 거점이 될 만한 장소로 이전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금 아파트 지하 창고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 파리문화원의 현실"이라면서 "금년 내로 새로 입주할 건물을 알아보고 매입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 장관은 이달 초 프랑스를 방문, 후보지로 거론된 장소들을 둘러보고 문화원 이전을 추진했으나 계약금 문제 등이 걸려 이렇다할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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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여학생, 휘황찬란한 일본문화원에 주눅"
이외에도 같은 문방위 소속 의원들이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의 실상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들의 숙원대로 금년 내 한국문화원이 이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 조윤선 의원은 한 언론 기고문에서 "최근 K-POP(케이팝) 공연 등으로 한국에 대해 관심이 커지면 프랑스 사람들이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곳은 한국문화원인데, 정작 파리에 있는 한국문화원이 지금 우리나라 모습을 제대로 투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초라한 한국문화원의 실태를 소개한 바 있다.
조 의원은 "언제부턴가 휘황찬란한 일본문화원에 주눅이 든 한 한국인 여학생이 일본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에피소드를 거론하며 "한국에 애정을 쏟을 준비가 된 프랑스 사람들이 아파트 반 지하에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수도관이 터져 물이 천장으로, 벽으로 스며 나오는 험한 몰골을 하고 있는 한국문화원을 목격하면 무슨 생각을 할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물바다 되기 일쑤‥휴대폰도 안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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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문방위 소속 의원들이 프랑스 파리 소재 한국문화원을 방문, 관계자로부터 브리핑을 받는 장면. ⓒ 뉴데일리
수년 전 파리 주재 한국문화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A씨는 "당시 문화원 사무실로 아파트 반지하와 지하 1층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하실이라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고 천장 위 배관이 터져 물바다가 된 적도 여러번 있었다"면서 "일하면서 보람은 있었지만 근무 여건이 썩 좋진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조사된 기록을 살펴보면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이 총면적 809m², 직원 9명의 규모인데 비해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문화원 면적이 7500m²에 달하고, 직원 숫자도 5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지난 2002년 뒤늦게 문을 연 파리 중국문화원도 7000m² 규모의 최신식 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이 스스로 고안한 '문화 기술(Culture Technology)'를 토대로 한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안 파리에 있는 한국문화원은 지하실 창고에 틀어박혀 신세 한탄만 하고 있었던 셈"이라며 "진정으로 한류 문화가 자존심이 센 유럽 각지에 스며들기 위해선 정부와 콘텐츠 제작자들간의 협업 플레이가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