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시간여에 걸친 조사가 전부 영상으로 녹화돼 있는데 마음 같아서는 다큐멘터리를 틀 듯 다 틀었으면 좋겠다.”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총지휘했던 이인규 변호사는 15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출간한 ‘운명’ 책의 내용에 대해 이같이 반박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문 이사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가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턱도 없는 소리다. 증거 없이 어떻게 전직 대통령을 소환조사할 수 있었겠느냐”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수한 증거가 수사기록에 많이 남아 있으니 (문 이사장 측이) 그렇게 자신 있으면 수사기록을 공개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 직후 검찰이 형사처벌 수위를 곧바로 결정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에서 미국에서 집을 산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바로 그날 오후 5시경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가 미국 뉴저지에서 160만 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했다는 미국 당국의 조회 결과가 한국 검찰에 도착했다. 이를 추가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이 같은 수사 비화는 처음 공개된 것이다.
이 전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함에 따라 책임을 지고 그해 7월 사표를 냈다.그는 문 이사장이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했을 때 이 전 중수부장이 대단히 건방졌다.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 비난한데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예우를 다했다. 공손하게 잘 모셨다. 노 전 대통령이 기가 세신 분이고 전직 대통령이신데 그런 분 앞에서 거만하게 행동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 자리에는 나와 노 전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 5명이 있었다. 내가 어떻게 전직 대통령을 앞에 두고 건방지게 할 수가 있겠나.”
이 전 중수부장은 문 이사장이 검찰의 증거 부족을 언급하면서 심지어 노 전 대통령의 통화기록조차 없었다고 말한데 대해서도 “통화기록 공식 보존기한인 1년이 지난 상태여서 확보할 수 없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통화기록 말고도 무수한 증거가 수사기록에 많이 남아 있다. 자기들이 그렇게 자신 있으면 수사기록을 공개하면 될 것이다. 당시에는 이미 (노 전 대통령 측에) 돈이 건네진 것은 인정한 것 아니냐. 노 전 대통령이 (돈을 받도록) 시켰는지, 안 시켰는지가 문제였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또 소환조사 후에 신병처리 등을 곧바로 결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이 전 중수부장은 “소환조사 후에 바로 처벌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대검 중수부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을 조사했을 때도 노 전 대통령을 처음 조사한 뒤에 2주가 지나서 다시 소환조사하고 영장을 청구해 구속했다. 일반 피의자도 다 그렇게 한다. 대통령이라고 일반인과 달라야 하나. 그렇지 않다.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그는 문 이사장에게 마지막으로 “모욕감을 느끼지만 내가 더 이상 말하면 돌아가신 분이 욕되니까 이 말만 하고 그만하겠다. 진실은 숨길 수 없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