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년 6월말로 미국 국방장관직을 사임하는 게이츠 박사는 공화당에 적(籍)을 둔 분으로 조지 부시 정권 후반에 제22대 국방장관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오바마 민주당 정권에서 2년 반이나 국방장관이라는 중책을 연임하고 있으면서 부시 대통령 때 시작 된 이라크 전쟁과 아프카니스탄 전쟁이라는 두 전쟁을 마무리하고 텔레반 테러집단의 우두머리였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지휘를 끝으로 국방장관직을 사임하는 멋진 사나이입니다.

    그는 1943년 캔사스주에서 태어났습니다. 1965년에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명문 William & Mary 대학에서 서양역사를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러시아 역사를 전공하다가 1966년에 미 중앙정보부(CIA)의 러시아 정보 분석관으로 특채되었는데, 그 다음 해 공군에 입대하여 공군소위로 임관되어 3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CIA로 복직하였습니다. 1991년에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그를 CIA국장으로 임명하였는데, 처음 직장을 CIA에서 시작하여 그곳의 수장(首長)이 된 최초의 인물이며 최연소 CIA국장 그리고 공화당이면서 다음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도 국방장관을 그대로 연임한 최초의 장관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어있습니다. 그는 CIA에 근무하면서 러시아어와 러시아 역사를 전공하여 그가 31세의 나이로 1974년에 박사학위를 받은 수재이기도 합니다.

    그는 존슨 대통령 시절인 1966년에 CIA에 특채된 후, 줄 곳 CIA에서 일하면서 포드 대통령 때는 백악관 안보회의(NSC)국장에 임명되었고, 레이건 대통령은 그를 CIA 부국장으로 임명했으며, 그 후 아버지 부시대통령이 그를 CIA 국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그 후 아들 조지 부시 대통령은 걷잡을 수 없는 중동전쟁을 지휘하던 럼스펠드 국방장관 후임으로 그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는데, 민주당인 오바마 대통령까지도 그를 신임하여 2년 반이나 국방장관으로 계속 일하게 하다가 이번에 사임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클린턴 정권에서는 공직에 있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일곱 번째로 큰 대학교인 Texas A&M 총장을 역임했습니다. 존슨 대통령을 위시하여 닉슨, 포드, 카터, 레이건, 조지 HW부시, 조지W부시,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까지 8분의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필하면서 그의 예리한 정보판단 능력은 이들 대통령들로부터 많은 신임을 받은 조용한 거물이었으며 비전을 가진 지도자였습니다.

    그는 이번에 국방장관직을 사임하면서 미 해군사관학교의 졸업식의 주연설자로 초청받아 연단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가 국방장관으로서 마지막 선택한 연설제목은 '세계 속의 미국(America in the world)'이었는데, 그 내용은 "위대한 지도자가 지녀야 할 자질"이었습니다. 이 연설에서 그는 8명의 대통령을 포함해 여러 위대한 지도자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살펴 볼 기회를 얻었으며, 이들로부터 받은 진정한 리더십은 매우 소중한 것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리고 임관하는 생도들에게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위대한 지도자의 리더십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첫째로 비전(vision)을 가져야 한다. 그는 어느 누구나 비전을 통해 오늘의 일과 문제들을 뛰어넘어 내일 이후를 바라보며 가능성과 잠재력을 분별해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확고한 신념과 자신감을 들었는데, 자기중심적 자신감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조용한 자신감(quiet self-assurance)을 강조했습니다. 지도자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성공의 기회를 허용해야 하며 진정으로 자신감 있는 지도자는 결코 다른 사람들이 성장할 수 없는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지 않는다는 것이 자신의 공직생활의 결론이라고 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시류(時流)에 영합해 인기 있는 일만 쫓는 대신 옳은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를 도덕적 용기(moral courage)라고 정의하였으며 지도자는 혼자 서 있을 수 있어야 하고 거대한 권력 앞에서도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신을 속이지 말고 진정한 용기를 택하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렴(integrity)과 예의(common decency)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특히 부하들을 존중하고 공평하게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 자기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지도자의 리더십을 판단하는 신란(辛辣)한 테스트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참으로 이 시대에 적절한 연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리더십이 부족한 우리나라 리더들이 이 분의 연설을 다시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안보와 경제 그리고 민생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리더들이 부족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리더들, 특히 정부지도자와 국회지도자들은 자신감이 부족하여 윗사람의 눈치를 의식하여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빈약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이츠 장관이 제시한 비전, 조용한 자신감, 도덕적 용기 그리고 청렴과 예의를 바탕으로 한 지도자들이 우리나라에도 하루 빨리 나타나 국민들에게 확고한 희망을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게이츠 장관은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적이 없었으며 리더십의 본질인 겸손함을 지닌 국민의 공복이었습니다.

    세계 평화를 위해 45년간의 봉사를 마치고 사임하는 게이츠 장관의 앞날에 많은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로버트 김 <재미동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