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적립금 상위 10개 대, 작년 연구학생경비 예산 1,115억원 미집행남은 예산은 자연스럽게 적립금으로 이월, 대학 예산편성 및 집행 투명성 확보 시급
  • 반값 등록금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대학들이 저마다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쓰지 않고 곳간에 쌓아놓은 대학들이 건물신축 등 외형 치장에는 열을 올리면서 정작 중요한 장학금이나 연구비 지급에는 인색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적립금 문제가 과장됐다며 해명에 진땀을 빼고 있지만 여론의 눈총은 여전하다.

    이 가운데 적립금이 많은 대학들이 장학금과 교수연구비 등 연구학생경비 예산을 책정해 놓고도 이를 집행하지 않은 돈이 1,115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이 15일 공개한 ‘누적적립금 상위 10개 대학의 2010년 연구 학생경비 미집행액 현황’자료에 따르면 이들 10곳의 대학이 작년 연구학생경비 예산으로 책정한 금액은 8,232억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집행금액은 7,117억원에 그쳐 1,115억원을 집행하지 않고 남겼다. 집행되지 않은 금액은 연구학생경비 예산의 13.5%에 이른다. 반면 이들 대학의 교수 교직원 인건비 예산 미집행율은 불과 2.9%였다.

    대학별로는 연세대의 미집행액이 429원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 195억원, 계명대 185억원, 인하대가 163억원을 집행하지 않았다. 이화여대, 청주대, 숙명여대도 20~60여억원의 연구학생경비 예산을 남겼다. 동덕여대와 수원대의 미집행율은 각 6억원이었다.

    누적적립금 10개 대학 중 연구학생경비를 모두 쓴 대학은 홍익대가 유일했다. 홍익대는 연구학생경비예산을 2억원 초과해 지출했다.

    한편 이들 10개 대학은 작년 한 해 동안 모두 5,000억원이 넘는 적립금을 새로 쌓았다. 작년 말 현재 누적적립금 상위 10개 대학이 보유한 적립금 총액은 3조2,795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교육계 안팎에서는 대학들이 연구학생경비 예산을 일부러 부풀려 책정한 뒤, 남는 예산을 적립금으로 이월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교수는 “대학들이 그 동안 어떻게 적립금을 부풀려 왔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며 “대학의 예산 편성과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등록금 인하의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