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숨을 걸고 사명감으로 취재 현장에 뛰어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비 없이 원전 사고지역 취재를 한다면 그것은 무모한 일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본 사진기자 모리즈미 다카시(森住卓·60) 씨는 13일 기자회견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일본 비주얼저널리스트협회(JVJA)에 소속된 사진기자 모리즈미 씨는 1983년 일본 미야기(宮城)현 미군기지 취재를 시작으로 체르노빌, 프랑스의 핵실험이 벌어진 폴리네시아 지역, 원전 수거물 시설이 있는 미국 네바다주 등에서 취재활동을 벌여왔다.
모리즈미 씨는 "위험지역에서 목숨을 걸고 취재를 할지는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생명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취재인지는 기자 스스로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방사선량 계측기 같은 장비는 지금 얼마나 위험한 지역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계인 만큼 취재진에게 필수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원전 취재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원전의 오염 상황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아름다운 풍경에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곳이더라도 실제로는 심각한 오염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는데, 방사선량 측정기는 오염 정도의 팩트를 확인하는 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리즈미 씨는 취재와 책 출간, 전시회 등을 통해 원자력의 위험성을 꾸준히 고발해왔다.
구소련의 핵실험장 인근 피폭자를 다룬 '세미파라친스크-초원의 사람들·핵 오염의 50년'으로 일본 저널리스트회의에서 특별상을 받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걸프전에서 미·영국군이 사용한 열화우라늄탄의 피해자를 취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월 일본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후쿠시마(福島) 현지를 누볐다.
그는 "원전 취재가 위험하기는 하지만 오염 지역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는 현장 취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일본 정부가 마치 컴퍼스로 원을 그리듯 피해지역을 경고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이 얼마만큼 오염됐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며 "취재를 해보니 오염이 심각한 지역이 곳곳에 퍼져 있어 정부의 이야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모리즈미 씨는 이날 저녁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강연한 뒤 전북 전주, 부산, 울산 등을 방문해 특강을 펼칠 예정이며 부산에서는 고리 원전도 둘러볼 계획이다.
언론노조는 생태지평연구소, 생명평화마중물 등의 단체와 함께 모리즈미 씨의 방한에 맞춰 13~15일 서울 조계사 내 갤러리 나무에서 사진전을 개최,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서울=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