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등 서울 4개 대 반값 등록금 동명휴업, 투표율 저조로 사실상 무산 “바늘구멍 취업관문 뚫는 것이, 반값 등록금 보다 중요해”
  • 반값 등록금 공약이행을 촉구하며 서울시내 4개 대학 총학생회가 추진했던 동맹휴업이 저조한 투표율로 사실상 무산됐다. 한국대학생연합이 주도하는 촛불문화제가 12일째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과는 달리, 정작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에 대한 관심은 예상 밖으로 낮은 것으로 드러나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들의 낮은 참여율로 찬반투표 자체가 무산되면서 열기가 고조되던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도 일정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서강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4개 대학 총학생회에 따르면 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동맹휴업 찬반투표의 투표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는 9일 밤 11시 기준으로 투표율이 21.9%에 불과했고 서강대와 이화여대도 투표율이 21%를 겨우 넘겼다. 투표 참여가 활발했던 숙명여대의 투표율도 40%대에 머물렀다.

    4개 대 총학생회는 대학생들의 투표참여가 예상 밖으로 저조하자 당초 예정했던 마감시간을 연장하면서까지 투표참여를 독려했으나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는 데는 실패했다.

    투표 결과가 아니라 투표율 자체가 너무 낮아 동맹휴업이 무산되면서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극심한 취업난을 주요원인으로 꼽고 있다.

    취업난에 내몰린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취업기회 확대이지 등록금 완화는 그 다음문제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투표시기가 각 대학의 기말고사 기간과 겹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투표를 진행했던 4개 대학 총학생회도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현재와 같은 취업난이 풀리지 않는다면 반값 등록금 파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동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결과라며 ‘대학사회가 보내는 또 다른 경고’라는 분석도 있다.

    보수화된 대학가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결과라는 견해도 있다.
    극심한 취업난과 더불어 학생들이 이념이나 거대 담론보다는 취업에 유리한 ‘스팩쌓기’ 등 실용적인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대학가 전체가 보수화 돼, 동맹휴업과 같은 ‘행동’에 적극 나서는 데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투표율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니라는 ‘역 분석’도 있다.
    갈수록 개인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는 대학가의 현실에서 이 정도의 참여율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4개 대 총학생회는 비록 투표율은 낮았지만 대학생들이 사회적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